[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9연속'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금리 인하 시기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반기 이후인 7월이나 되어서야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에도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부합한 결과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55개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5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가 한국은행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도 여전하면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엔 부담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금리 인상도 사실상 끝난 것으로 여겨지면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2.8%를 기록하며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다. 다만 식료품·에너지 가격 등 변수가 많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여기에 한은의 이른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7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금리 인하 준비가 안 됐다'면서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꺾었다. 이날 미국은 종전 기준금리 연 5.25~5.50%를 유지하며 4회 연속 동결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 부진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달 초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2%로 낮춰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지난해 1.4%에 이어 올해 역시 저성장이 예고됐다.
이날 발표된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도 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 물가상승률을 2.6%로 예상했다. 이는 3달 전과 동일한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관심은 금리 인하 예상 시점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