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포스코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은 포스코의 탄소중립 브랜드 그리닛(Greenate) 표시·광고가 그린워싱이라고 공정위에 고발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집중하는 재계는 그린워싱 리스크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2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말께 산하기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포스코 브랜드 그리닛에 대한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위반(환경기술산업법) 여부 조사를 지시했다. 환경부는 기후솔루션 신고 접수 직후 곧바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포스코의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관할 대구지방사무소에 배당했다. 대구사무소는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자료 요청 등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환경산업기술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반 여부가 뚜렷하면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조치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영활동 관련 표시·광고 등을 조사 중"이라며 "현행법에 따라 위반 사안이 드러나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이 된 그리닛은 포스코가 지난 2022년 11월 친환경소재 포럼 2022에서 출범한 2050 탄소중립 마스터 브랜드다. 그리닛은 "그린이 되게 하다"라는 의미의 합성어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 제품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을 출시했다.
그리닛 브랜드 이미지에 비해 실제 탄소 저감량이 적고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전환 기여도가 낮아 그린워싱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닛은 △저탄소 철강 제품 그리닛 스틸 △그리닛 테크&프로세스 △그리닛 인프라 등 3개 브랜드로 구성된다.
기후솔루션은 저탄소 철강 제품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이 탄소 배출량 제로(0) 주장하지만, 탄소배출 저감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매스 발란스' 방식 계산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양이 감축됐을 때 이를 일부 강철에 몰아줘 '무탄소 강철 제품'이라고 홍보한다는 주장이다.
기후솔루션은 또 그리닛의 서브 브랜드 그리닛 벨류체인도 위장 광고라고 주장했다. 실제 탄소 배출 저감 노력 없이 고품질 제품이라 오래 쓸 수 있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만 있다며 문제가 있다는 게 기후솔루션 주장이다.
환경기술산업법상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 과장, 표시 광고 등을 할 경우 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위반 사안의 내용 및 정도, 기간, 횟수, 이익 규모 등에 따라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그린워싱 예방을 위한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에 대한 기업 준수사항을 담은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발간했다.
표시광고법상 특정 광고의 반진실성과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저해성 등 요건으로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관련 지침을 내놓으며,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허위·과장 광고가 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따르면 상품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려해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환경성이 개선된 것처럼 표시·광고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탄소저감강재로 홍보할 수 있다고 인증을 받았다. 제3자 인증기관인 DNV로부터 확인과 사업장 실사 등 검증을 받았고 여러 조건에서 구체적인 사안을 명기해서 인증받았다"며 "기후솔루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SG 경영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재계도 그린워싱을 주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일 17차 대한상의 ESG 경영 포럼에서 그린워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ESG 공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화되며 ESG 워싱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포럼에서 '그린워싱 리스크와 대응방안' 발제를 맡은 김정남 법무법인 화우 그룹장은 "ESG 공시가 법적 규제가 되면 그린싱 책임도 경영진에 물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난해 공정위가 지침을 개정하고 환경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