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가전 양판점 회사 대표이사가 대대적인 사업구조 혁신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일궜다. 경기 침체 여파로 불황형 소비(알뜰 소비가 많아지는 현상)가 이어진 데다, 이커머스 업계 성장이 실적 악화를 불러왔지만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턴 어라운드'를 이뤄냈다. 다만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실적이 다시 미끄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쇼핑 계열사 롯데하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남창희 대표이사 얘기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지난 2022년 12월 실적 개선이라는 특명을 안고 대표에 올랐다. 1966년생인 남 대표는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2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2007년 롯데마트 마케팅부문 부문장, 2020년 롯데쇼핑 슈퍼사업부 대표이사를 거쳐 2022년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롯데그룹은 남 대표를 롯데하이마트 실적을 되살릴 적임자로 판단했다. 그는 롯데쇼핑 슈퍼사업부 대표 시절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던 회사 적자 규모를 50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롯데하이마트는 남 대표가 오기 전까지 실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영업이익은 1068억원에서 2022년 520억원 적자 전환했다. 당시 회사 측은 부동산 거래·소비 침체에 따른 이사·혼수 감소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경영 적신호가 켜진 롯데하이마트는 수익성 회복에 방점을 찍고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남 대표는 점포 경쟁력 강화, 물류 효율화, 서비스 확대 등 사업 전 분야 체질 개선을 꾀했다. 일례로 지난해까지 총 330개 점포 중 43개 점포 리뉴얼을 마쳤다. 올해 말까지 100여 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용 상담 창구인 '홈 만능해결 센터'를 설치해 고객 접점 확대에 힘썼다. 실제 센터 설치 이후 일 매출이 설치 이전과 비교해 평균 20% 이상 늘었다. 이용 고객도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상품 도입 시기와 판매 추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등급화해 운영하는 시스템도 정착시켰다. 신상품과 고빈도 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전체 재고 규모를 건전화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은 8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이날 "상품 등급 체계를 기반으로 한 재고 건전화로 수익성을 개선했다"며 "특히 주방·계절가전, 자체 브랜드(PB) 등 수익성이 높은 상품군의 매출 비중 증대 등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선 작업 올해도 지속 추진
올해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체질 개선 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홈 만능해결 서비스'는 상품과 품목을 확대한다. 보증보험과 가전클리닝 대상 품목을 늘리고 롯데하이마트 서비스 인프라를 통해 수리가 가능한 브랜드 규모도 확장한다. 특히 다음 달 홈 만능해결 서비스를 롯데하이마트 온라인쇼핑몰에서도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선보일 방침이다.
PB는 올해 안에 리뉴얼을 완료해 새롭게 선보인다. '하이메이드'는 지난 5년간 평균 20% 매출 신장세를 보이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부터 PB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랜딩, 디자인, 개발 역량 강화 등 전반에 걸친 리뉴얼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 차별화한 PB를 선보일 예정이다.
점포 유형 혁신도 추진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5개점 내외 신규점을 포함해 약 70여 개점을 리뉴얼 오픈하며 카테고리 전문 매장·상담형 전문 매장으로 새롭게 선보일 방침이다. 상권별 맞춤형 MD 개선으로 가전양판점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커머스 개편도 박차를 가한다. 차별화된 가전 전문 이커머스를 선보인다는 게 포인트다. 특히 오는 6월말까지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오프라인 채널처럼 전문 상담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ON-OFF 원격 상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이러한 중장기 전략을 더욱 가속화해 '고객 평생 케어, 가전 라이프 판매 상담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올해를 턴 어라운드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전 양판점 시장 자체가 불황이라며 올해 실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업계가 활성화되면서 가전 양판점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올해는 오프라인 전략 강화로 점포에 소비자들이 더 많이 방문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