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4대 금융지주의 연간 비이자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으나 각 금융지주 간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어떤 계열사가 그룹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는지, '아픈 손가락'은 어디인지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역성장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손실흡수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상생금융 지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보험계열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순익 규모를 확대하며 크게 기여했으나 손해보험사의 부진은 뼈아프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4조36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4% 감소한 규모다. 신한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신한금융은 1년 만에 KB금융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내주게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4조631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실적이 줄어든 것은 4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53.9% 감소한 5497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핵심이익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늘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연간 이자이익은 10조8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3조4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점이 실적에 부담을 줬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7668억원으로 연간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25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80.8% 증가한 규모다.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 상생금융 지원에 2939억원, 희망퇴직 비용에 1875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크게 소요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실수요 중심의 기업대출 성장을 통해 이자 마진 축소에도 불구하고 이자이익을 방어하고 유가증권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비이자이익이 증가하는 등 견조한 이익 창출력을 유지했다"며 "그룹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다변화된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경상적으로 안정적인 손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신한은행 지난해 순이익 기준 3위…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 부진
'리딩뱅크' 지위도 되찾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다. 2년 연속 '리딩뱅크'를 수성한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이다. 국민은행은 2151억원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순이익 기준 2위였던 신한은행은 3위로 내려앉았다.
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업황 악화 속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소폭 낮아졌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취급액 증가와 무이자 신판할부 비중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대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0.41%포인트 상승한 1.45%를 기록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실적이 급락하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12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위축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와 대체투자자산 평가 손실 영향 등이 영향을 줬다. 연간 당기순이익은 10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5.5% 급감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지난해 그룹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35%로 전년 대비 4%포인트 감소했다. 2년 전(42.4%)과 비교하면 7.4%포인트 하락했다.
◆ 신한라이프 '효자 노릇'…손보사 부진은 아쉬워
보험계열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지난해 선방하며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도 11%로 높아졌다. 그러나 손해보험사의 부진은 뼈아프다.
2022년 인수한 신한금융의 손보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7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인수한 손보 계열사지만 실적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익 격차는 2639억원으로, 손보 계열사의 성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47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1%(230억원) 증가한 수치다.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평가익 확대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금융손익이 늘었다. 전사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채널 경쟁력 강화를 통한 영업력 확대로 보험손익도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계약서비스마진(CSM)은 7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킥스(K-ICS) 비율은 전년 대비 39%포인트 증가한 248%(잠정치)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4분기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CSM 확대에 따른 보험이익 증가와 유가증권 평가손실 기저효과 소멸로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했다"며 "보험영업 기본 체력 강화를 통한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략의 실행 속도를 높이면서 가치를 증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