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올해만 5000억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조사를 벌인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분쟁 조정시 배상 기준이 될 책임 분담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오는 16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사에 대해 2차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1차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당초 금감원은 이달 초 현장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포착된 불법 요인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차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1차 현장 검사에서 금감원은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 보험금에 대해 원금이 보장될 것처럼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고자 휴대전화로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일부 은행은 금융위기 직후인 과거 10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을 안내하는 등 20년 기준 원칙을 어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잔액은 은행 15조9000억원, 증권사 3조4000억원 등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64세 이상 고령 투자자에게 판매된 금액이 5조5000억원으로 30.5%에 달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는 15조400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79.6%다.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H지수가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해 들어 발생한 손실액만 5000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에서 지난 7일 기준 5184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만기 도래 원금은 9649억원으로 그중 4465억원만 상환됐다. 전체 손실률은 53.7%다. 손실이 커지면서 금감원에 3000여건에 이르는 민원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1·2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배상 기준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ELS 손실액에 대한 책임이 소비자와 금융회사 중 어느쪽에 있는지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손실 분배안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ELS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도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다. 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 간 균형점을 고려해 은행 창구 규모별로 판매 가능한 상품을 달리하거나 연령별 제한을 두는 등의 다양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