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의 대표 차종인 '쏘나타', 르노코리아자동차의 SM6 등 중형 세단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진 데다, 소비자 눈높이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대형차를 선호하는 성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UV의 인기로 인해 세단 판매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의 지난달 RV(레저용 차량) 판매량은 38.4% 증가한 2만255대를 기록했으며, 기아도 2만8221대 판매돼 전년보다 27% 늘었다.
반면 현대차의 1월 세단 판매는 전년(1만7793대)보다 51.8% 감소한 8573대를 기록했으며, 기아는 총 1만3191대를 판매해 전년(1만2903대)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차 대표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도 전년 동기 대비 60.2%,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 역시 27% 가까이 줄었다.
특히 중형 세단의 판매 감소가 늘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1월 내수 판매에서 쏘나타는 496대를 판매, 월평균(3300대) 대비 약 85% 가까이 감소했다. 세단을 SM6 한 개 차종만 내세운 르노코리아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57.3% 줄어든 94대를 판매, 100대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쏘나타 판매 감소에 대해 아산 공장이 전기차 설비 공사의 영향으로 생산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선 중형 세단의 판매 감소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상향 평준화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기존 SUV는 시끄럽고 승차감이 안 좋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세단의 정숙성과 승차감까지 확보한 데다 공간이 넓고 차고가 높아 안전성도 더 좋다"면서 "결국 세단은 더욱 조용하고 안락한 대형 세단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소비자들이 세단에 요구하는 눈높이가 상향 평준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자기 소비에 비해 대형화된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과거 중형 세단인 쏘나타가 '국민차'였지만 최근에는 준대형차인 그랜저가 국민차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업체는 세단을 속속 단종시키는 추세다. GM 한국사업장은 준중형 '크루즈', 중형 '말리부' 생산을 중단했으며, 르노코리아는 SM6의 부분변경 모델만 출시하고 완전변경(풀체인지)을 미루고 있다. KG모빌리티는 대형 세단 '체어맨'을 단종시킨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중형 세단의 부진이 결국 가격 책정의 실패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이 연식 변경될 때마다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격보다 비싸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2월에 신차를 구매할 때 SM6 TCe 300 모델을 기준으로 3년 무이자 할부 또는 400만원 현금 혜택, 20만원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SM6 TCe 260 모델은 최대 170만원 할인이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쏘나타 2000만원, 그랜저 3000만원 등의 공식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쏘나타조차도 최소 28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합리적 가격 책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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