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겠다는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며, 기재를 관리할 인력 내용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원회(EC)는 조만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유진철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 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국장은 1995년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재 정비·부품 부서 등에서 30년째 근무하고 있다.
앞서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심사하며 유럽 4개 여객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과 화물 사업의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은 EC 측에 유럽 4개 여객을 이관하고,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내용의 시정조치안을 냈다.
시정조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 국장은 이날 화물기 11대를 포함해 관리 인력 800여 명도 승계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럽 4개 여객 노선은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국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병에 대해 EC가 경쟁 제한을 우려하자 제출한 시정조치안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며 기재 11대와 이를 관리할 운항, 일반사무 등 인력도 승계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부서명까지 기재했다"고 말했다.
EC는 오는 14일 전까지 승인 여부를 밝힐 전망이다. EC는 조만간 '조건부'로 승인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국장은 화물사업부가 매각되지 않으면 합병은 무산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국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국부 유출'이라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FSC(대형항공사)가 합쳐지면 커져야 하는데 해외 경쟁 당국이 노선을 계속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EC도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라고 하고, 유럽도 4개 노선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최근 승인하며 7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및 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을 내놓으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합치는데 의미가 사라진다. 미국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 독점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앞서 국회도 합병 효과에 의문을 드러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너무 많은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반환해 국부 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유 국장은 두 FSC 합병에 따른 '고용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으나, 두 기업 문화가 이질적이고, 고용 및 임금 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8700여 명의 아시아나 직원의 고용이 보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유 국장은 "이미 코로나19 시기에 일감이 줄어들어 무급으로 휴직하는 직원이 아르바이트나 다른 직종을 찾으며 이탈한 사례를 체득했다. 공식적으로 정리해고는 없겠지만,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인력이 남아 무급 휴직을 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 부문 고용 관련 승계·유지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상 직원에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승인하면 미국 법무부(DOJ) 최종 승인만 남는다. 업계에서는 DOJ가 심사 결론을 내는데 시간을 끌거나 소송을 제기하면 아시아나 경쟁력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신년사를 통해 "통합 항공사의 출범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거대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면 스케줄은 합리적으로 재배치되고 여유 기재는 새로운 취항지에 투입할 수 있다. 고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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