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신사업' 집중 SK에코플랜트, 플랜트 영업익 비중이 '과반'


'기업 정체성' 환경 사업 매출 확대 속 수익성 개선 과제
SK에코엔지니어링 자회사 편입…플랜트 부문 실적 기여

SK에코플랜트가 SK에코엔지니어링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내실을 챙겼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 50% 이상은 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환경 사업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사옥.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기업공개(IPO) 추진에 부침을 겪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어울리지 않는 플랜트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SK에코엔지니어링을 자회사로 편입해 부진한 실적을 만회했다. 하지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그간의 '체질 개선' 노력은 다소 무색해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5월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환경과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한 뒤 한동안 수익성을 챙기지 못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후 관계사를 종속회사로 거둬들여 영업이익을 모두 반영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2월 친환경 사업과 대조되는 화공플랜트 등의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SK에코엔지니어링을 출범했다. 그러나 분할 1년 3개월여 만인 지난해 4월 SK에코엔지니어링은 다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SK에코엔지니어링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일부를 상환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이다. 이에 SK에코엔지니어링에 대한 SK에코플랜트의 지분은 2022년 말 49.99%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52.65%로 늘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SK에코플랜트가 SK건설 시절 영위하던 △K-솔루션스사업그룹 △P-솔루션스사업그룹 △Gas&Power 사업그룹 △배터리사업그룹 △Industrial 사업그룹을 물적분할한 회사다. 지난 2022년 기준 연간 순이익 1272억 원으로 모회사의 실적에 육박하는 수익을 내고 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의 실적 편입으로 SK에코플랜트가 천명한 환경·에너지 기업의 정체성은 다소 희석됐다. 체질 전환을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수익성은 신사업보다 기존 건설업이 월등히 높다.

31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회사의 작년 3분기 사업 부문별 연결 영업이익 비중은 △플랜트 50.49% △ 인프라 29.45% △ 에너지 17.32% △건축·주택 6.62%다. 적자를 낸 환경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3.88%다.

사명 변경 당시까지만 해도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에,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를 SK건설의 새 이름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공장·설비 산업을 의미하는 '플랜트' 사업이 회사의 주요 수익원인 셈이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의 싱가포르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여기에 SK그룹 계열사들의 발주 사업까지 SK에코엔지니어링에 몰아주며 SK에코플랜트는 소위 '그림 좋은' 사업만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실적과 '친환경 기업' 이미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의 포트폴리오는 신사업 위주로 구성했고, 수익성과는 별개로 외형 확대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환경·에너지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5%다. 전년 동기(21%) 대비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환경과 에너지 사업 매출은 2.2배가량 성장한 2조2846억 원을 기록했다. 에너지 사업은 매출 1조3573억 원을 기록해 전년 한 해 동안의 매출(1조2645억 원)을 뛰어넘었다.

여기에는 자회사 실적 흡수 효과가 영향을 끼쳤다. 관계회사 지위로 지분법손익 형식으로 반영되던 SK에코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이 현재는 전량 SK에코플랜트의 연결 영업이익에 포함되고 있다. IPO를 위해 영업이익 확대가 필수적인 만큼 계열사 실적을 끌어온 것이다.

이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은 극적인 수준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 흡수 전인 2022년 SK에코플랜트는 연결 영업이익이 별도 영업이익을 하회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70억 원인데 비해 별도가 1588억 원으로, 18억 원가량 높았다. 연결 회사들이 손실을 냈다는 뜻이다.

체질 전환을 위한 경영 전략으로 '볼트온'(유사 기업 인수·합병)을 제시하며 자회사를 불리는 과정에서 손실을 끌어안은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에서 투자 전략과 M&A(인수·합병)를 담당했던 박경일 사장이 경영 지휘봉을 잡아 볼트온을 이끌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의 실적이 반영된 지난해 2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1분기까지 16억 원에 불과했던 별도와 연결기준 영업이익 차이는 2분기부터 594억 원, 지난해 3분기 누계 728억 원 규모로 급증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누계 298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1692억 원) 대비 1290억 원(76%)이나 늘리는 데 성공했다. 증가분에는 SK에코엔지니어링의 순이익 341억 원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환경 사업 부문이 116억 적자를 내는 등 '환경 기업'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 데 비해 기존 건설업의 주력인 플랜트 사업이 활황을 띠며 실적을 방어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선포식을 갖고 특허 기술을 둘러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SK에코엔지니어링의 실적 기여는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로 편입되자마자 SK그룹 계열사가 발주한 대규모 일감인 △SK 배터리 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 2단계 건설 공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리튬이온전지분리막 공장 LiBS 1~4단계 건설 공사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건설 사업 등을 SK에코플랜트로부터 이관받았다.

이로써 연간 매출이 1조~2조 원대인 SK에코엔지니어링이 매출 10조 원 대의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의 뒤를 이어 지난해 해외수주 4위에 올랐다. 해외수주 순위는 지난 2022년 SK에코엔지니어링이 23위, SK에코플랜트가 7위였지만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해외수주가 11억1582만 달러 감소하면서 해외건설종합 시스템에 해외수주를 등록한 321개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로 밀려났다.

SK에코플랜트 이같은 행보는 IPO 준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IPO에 나선 기업의 미래성과 수익성 두 잣대로 기업을 평가한다"며 "SK에코플랜트 사례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영 실적 측면에서 영리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상장사의 경우도 그룹 차원에서 발주하는 사업은 비상장 자회사로 몰아 모회사는 수익성만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통해 계열 내 동일 업역에서 이중 상장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막고 그룹 의존도를 낮춰 보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선정한 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크레디트스위스를 상장 주관사로 유지 중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EV) 10조 원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500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회사의 EBITDA는 3750억 원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현재 뚜렷한 상장 목표 시점은 정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SK에코엔지니어링의 자회사 편입은 IPO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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