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넘기 힘든 대출문턱…저축銀 중저신용자 대출절벽 여전한 까닭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 신규대출 감소 추세
충당금적립 확대 등 보수적인 경영 유지할 전망

최근 고금리에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고금리에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중금리 대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했고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에게 3억 원 이상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12곳에 불과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지난해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 공급 규모가 줄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충당금적립을 확대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은 전년 대비 약 43% 급감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9% 줄었다. 지난해 민간 중금리대출 건수는 역시 전년 대비 37.4% 감소한 39만1506건을 기록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대출금리가 신용도에 따라 저금리와 고금리로 양극화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 차주에게 실행하고 업권별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민간 중금리 대출로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반기마다 대출 금리상한을 조정하며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는 모두 17.5%로 상한을 설정했다.

최근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이 급감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자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총 3억 원 이상 신규 취급한 저축은행은 29개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절반도 안 되는 약 36%만 신규대출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2021년 말 37곳, 2022년 말 31곳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은 저축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구간에 신규대출을 총 3억 원 이상 내보낸 저축은행은 12곳에 불과했다. 전체 저축은행의 15%에 불과하다. 2021년 말 기준 28곳에서 지난해 말 18곳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 공급 규모를 줄였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더팩트 DB

지난해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 공급 규모를 줄였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고신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의 신규대출을 늘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이 증가하기도 했고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 공급 규모가 줄었다"며 "전체적인 공급액이 줄면서 중금리대출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 여신을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여신잔액은 106조2555억 원이다. 같은 해 1월(115조6003억 원)과 비교하면 9조3448억 원이나 줄었다. 이는 대출기조를 보수적으로 유지한 결과다.

저축은행 뿐 아니라 상호금융 역시 여신을 줄이고 있다. 일례로 새마을금고의 총 여신 잔액은 189조7331억 원으로 2022년 12월 말(201조6475억 원)대비 11조9144억 원(-5.9%) 급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를 위주로 경영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충당금적립을 확대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시장환경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아, 유사한 기조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충당금적립을 확대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금융권이 올해도 대출문턱을 높게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새마을금고·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태출태도지수는 -29, 저축은행은 -25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음(-)이면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기관 수가 그 반대보다 많다는 의미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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