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백화점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이 같은 고객 수요에 대비해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 중 저렴한 상품 구성을 늘렸다. 같은 가격대에서 고급 포장 등 차별성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백화점 선물세트를 구매하면서 백화점 업계 올해 1분기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0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신세계·현대·롯데)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 예약 매출이 지난해 설 대비 모두 2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업체별로 신세계백화점 22.6%, 현대백화점 21.8%, 롯데백화점 25% 폭이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백화점에서 '가성비' 선물세트로 분류되는 20만 원 미만 상품 비중을 키웠고 올해 불경기에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선물세트 중 저렴한 가격대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는 걸로 보인다. 예약이 끝난 후에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며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품목 다양화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올해 1분기 매출액에 적지만 영향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백화점에서 명절 한우선물세트를 예약 구매했다는 한 모 씨(29·남)는 "백화점 명절 선물이 가격도 비싸고 양도 적은 줄 알았는데, 가격대별로 선택 폭이 넓어 합리적으로 구매했다"며 "백화점 선물이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있고 구매자도 부담을 줄여 선물할 수 있어 구매 수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설 명절 대비 20만 원 미만 선물세트를 전년 설보다 73.2% 많이 예약 판매했다. 설 선물세트 중 '가성비' 상품 비중은 지난해 18.1%에서 올해 25.8%로 확대하며 명절 매출을 이끌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가성비' 명절 선물 중 대표 인기 상품군은 한우다. '신세계암소한우 오복(18만 원·등심로스 500g·정육불고기·국거리 각 250g)세트'와 '한우 프레시 실속 세트(9만5000원)', 광양식 한우불고기(15만 원) 등 상품 구매가 많았다. '알찬 사과배(11만 원)', '지정산지 인기 과일(14만5000원)' 등도 판매량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명절 신세계백화점은 20만 원 이하 상품 수량을 20% 늘려 선보였다. 소비자 수요를 잘 파악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설 선물 세트 예약 중 '가성비' 상품 매출액은 지난해 설날과 비교해 70% 상승했다. 한우 부위별 소포장으로 200g씩 담은 '현대 한우 소담 송(19만 원)', '소담 죽(17만 원)' 등 20만 원 이하 상품을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월 5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더현대닷컴에서 가격 인하 상품을 따로 판다. 한우와 과일, 생선 품목으로 '가성비' 상품을 원하는 고객을 모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3만 원대 크로아상·프레즐 등 이색 디저트 선물세트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20만 원 미만 설 선물세트를 올해 10%가량 늘렸다. 한우는 맛과 품질을 보장하는 상품을 소포장한 것이 특징이다. 구이용 한우 '소확행 정성'(19만5000원), '소확행 행복'(18만5000원) 등이 많이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설 대비 '가성비' 선물세트 매출액이 35%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성비' 선물세트에 관심이 증가한 것에 대해 불경기로 비싼 선물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고급스러운 포장이 특징이다. 받는 사람 기분이 중요한 선물에 초점을 맞췄을 때 백화점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불경기로 지갑 열기가 힘들어지자 저렴하게 출시된 백화점 선물로 눈을 돌린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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