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노사 간의 특별성과급 갈등이 올해도 반복될 조짐이다. 노동조합 측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명분으로 특별성과급 지급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대 실적의 공을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문용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2일 특별성과급을 사측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 지부장은 "땀 흘려 일한 만큼 최대 성과에 걸맞은 특별성과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1986년 현대차에 입사한 문 지부장은 2011년 4대 현대차지부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말 지부장 선거에서 상여금 900% 쟁취, 주 4일제, 정년 연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강성' 인사다.
이달 초부터 사측에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는 지난 29일 소식지를 통해 "정의선 회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양재동 경영진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특별성과급을 즉각 지급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기아 노조 역시 강성으로 분류되는 하임봉 지부장이 지난해 말 지부장 선거에서 '특별성과급 즉시 쟁취'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별성과급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으로 정해지는 일반성과급과 달리, 경영진 재량으로 지급이 결정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2년 좋은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3월과 4월 각 성과급 400만 원과 주식을 지급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노사 간의 특별성과급 지급 갈등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현대차·기아는 우수 성과를 낸 일부 사무직과 연구직에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생산직 위주 노조의 반발로 이듬해 3월 전 직원에 400만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현대차·기아 노조는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을 기록했다. 기아의 영업이익은 11조6079억 원이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특별성과급 요구가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에게서 받게 되는 배당금은 1500억 원가량이다. 다른 계열사도 합치면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2022년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장실을 점거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해 2월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본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는 설 명절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월 말 설 명절 이후인 2월 특별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역대급 실적이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관계사의 잔치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최대 실적을 낸 것은 현대차·기아만의 공이 아니다. 수만 개 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 노동자의 공도 절반 이상"이라며 "노동 시장 이중구조 완화의 계기이자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보상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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