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지난해 반도체 시황 부진으로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을 냈던 삼성전자를 대신해 현대자동차그룹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26조7348억 원으로 두 회사가 각각 상장사 영업익 1·2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인 토요타자동차보다도 영업이익이 2조 원 높았다.
25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양사의 지난 2023년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2조4720억 원, 26조734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합산 매출(229조865억 원)과 영업익(17조529억 원)보다 각각 14.1%, 34.4% 늘어난 수치다.
현대자동차는 매출 162조6636억 원,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이며, 기아는 매출 99조8084억 원, 영업이익 11조6079억 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현대차는 각각 14.4%와 54% 증가, 기아는 15.3%, 60.5% 늘었다.
이로써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2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6조54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세계 자동차그룹과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표다. 지난 회기(2022년 4월-2023년 3월기) 세계 자동차 1위 기업 토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2조7250억 엔(24조6000억 원)으로, 현대차와 기아 합산 영업이익(26조7348억 원)이 약 2조 원 가량 더 높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호실적에는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증가와 이로 인한 믹스 개선(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의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69만5382대(전기차 26만8785대, 하이브리드 37만3941대)로 전년보다 37.2% 늘었다. 기아는 지난해 친환경차를 총 57만6000대 판매해 전년 대비 18.2% 늘었다.
올해에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와 하이브리드 라인업 지속 강화를 통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 △생산·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최대화 △볼륨 차종인 투싼, G80의 부분변경 모델을 앞세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등의 전략에 집중한다.
기아는 △고부가가치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서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 성장을 지속 추진 △구조적으로 자리매김한 선순환 수익 체계 강화 △전기차 라인업 본격 확대를 통한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 강화를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24년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0.6% 증가한 424만 대로 설정하고,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전년 대비 4.0~5.0%로 정했다.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8.0~9.0%로 세웠다.
기아는 지난해 실적 대비 3.6% 증가한 320만 대를 판매하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1.3% 상승, 영업이익은 3.4% 증가를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위축, 환율 변동성 등 여러 대외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믹스 개선과 원가 혁신을 통해 목표 달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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