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유통 업계가 수원시에서 본격 격돌한다. '스타필드 수원' 개점이 임박한 가운데 수원시 터줏대감 롯데몰과 AK플라자가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120만 수원시민을 넘어 경기 남부 500만 고객 유치를 겨냥한 '스타필드 수원'이 새로운 지역 쇼핑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오는 26일 수원시 화서역 인근에 '스타필드 수원'을 오픈한다. 이 매장은 수원역에 터를 잡은 'AK플라자 수원점'과 도보 기준 2.5km, '롯데몰 수원점'과는 2.9km 떨어져 있다. 지하철 역으로는 한 정거장 차이다. AK플라자, 롯데몰 수원점은 각각 지난 2003년, 2014년 개점한 수원시 중심 쇼핑몰이다.
'스타필드 수원'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처음 선보이는 '스타필드 2.0' 매장이다. 기존 스타필드 매장은 도시 외곽에서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했다. '스타필드 2.0'은 시가지 중심에 자리 잡고 가족 단위에 더해 젊은 층 쇼핑 수요까지 챙기는 전략을 펼친다. MZ세대 소비자가 몰리는 서울 지역 맛집과 패션 브랜드 등을 대거 들이는 등 차별점을 뒀다.
'스타필드 수원'은 목표 유치 고객을 500만 명으로 설정했다. 수원시 인구는 지난달 기준 약 120만 명이다. 나머지 380만 명이 수원 외 지역에서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영훈 스타필드 수원 점장은 지난 24일 '스타필드 수원' 기자간담회에서 "교외형인 이전과 달리 수원은 도심형으로 연 첫 점포다. 기존보다 깊이 파고, 높게 올렸다"며 "젊은 층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기존 스타필드 지점에 없던 브랜드가 30%로, 신선함을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유통 공룡들은 '스타필드 수원' 등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수원역에서 10년째 영업하고 있는 롯데몰 수원점은 약 23만5000㎡(7만1000평)으로 '스타필드 수원(약 10만 평)' 이 들어서기 전까지 수원시 최대 쇼핑 센터였다. 롯데몰 수원점은 롯데백화점과 쇼핑몰, 롯데마트 등 롯데쇼핑 주요 사업체로 구성돼 있다.
롯데몰 수원점은 지난 10월부터 대규모 리뉴얼에 돌입했다. 백화점과 쇼핑몰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고 공간과 고객 간 연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리뉴얼을 마친 매장은 오는 4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서울 잠실역 롯데몰 월드타워점 성공 사례에 비춰 수원점 리뉴얼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쇼핑몰에는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들이고, 백화점은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한다. 쇼핑몰과 백화점 간 경계를 허물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두 공간을 오갈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지난 11월 백화점에 있던 캉골·게스·와릿이즌 등 젊은 층 중심 패션 브랜드를 쇼핑몰에 옮겨 입점했다. 오는 2월 나이키·뉴발란스 대형 매장을 선보이며, 3월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이 백화점 최초 들어선다. 백화점은 이달 초 1층 주얼리, 3층 여성패션 브랜드를 리뉴얼해 공개했다. 다음 달 중순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를 대거 입점해 수원 상권 최대 골프 매장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는 '스타필드 수원'에도 입점이 예고됐다. 인근 매장에 출점하는 일은 이례적으로, 스타필드와 롯데몰의 치열한 브랜드 유치 경쟁이 드러난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롯데몰에 먼저 문을 연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스타필드는 복합쇼핑몰, AK플라자는 백화점이다. 롯데몰은 백화점과 쇼핑몰을 융합한 형태로 차별화할 계획"이라며 "4월 말 리뉴얼이 완료되면 수원점은 지역 최대의 프리미엄 쇼핑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 수원은 지난 2003년 문을 연 수원시 쇼핑 터줏대감이다. AK플라자 수원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하며 리뉴얼을 끝마쳤다. 업계에 따르면 AK플라자의 백화점 4개(수원·분당·평택·원주) 중 지난해 전년(2022년) 대비 매출액이 성장한 곳은 수원점이 1.9%로 유일해 수원시 고객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원 상권 유통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수원시 인근 일자리가 늘면서 용인, 평택, 이천 등 젊은 층 인구도 급격히 증가했다. 늘어난 인구를 소비자로서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적다는 점이 수원 상권의 문제점이었다"라며 "이제 스타필드 수원을 필두로 MZ세대가 서울로 향하지 않아도 경기권에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걸로 보인다. 기초 환경이 갖춰지면 업체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다. 키워드는 젊은 고객 공략"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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