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카드론,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등 카드사 대출금리는 거꾸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사로 몰리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개선되거나 여전채의 조달금리가 안정세에 접어들지 않는 이상 대출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 금리는 연 14.61%로 전월(14.46%) 대비 0.15%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리볼빙 평균 금리도 16.68%로 전월(16.64%) 대비 0.04% 포인트 올랐다.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 역시 17.87%를 기록하며 전월(17.70%) 대비 0.17%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은행권 대출금리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금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해 11월(4.00%)에서 3.84%로 0.16% 포인트 하락했다. 2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연 4.16~6.16%로 집계됐다. 전년(6.32~6.72%) 대비 상·하단이 각각 2.16% 포인트, 0.56% 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사로 몰리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중·저신용자의 경우 고신용자에 비해 높은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린다. 이에 중·저신용자 취급 비중이 늘수록 평균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말 특수성 등으로 신용 점수 700점 이하의 고객이 카드사로 대거 몰리면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어 조달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아직 여전채 금리가 다소 높은 상태"라며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분들의 유입이 늘어날수록 그렇지 않은 달보다 대출 평균 금리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카드사를 향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국내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취약 차주 대출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최대 290만 명의 '신용사면'을 추진하며 15만 명이 신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관계법령에 따른 카드발급 기준 최저신용점수인 645점을 충족하게 된다. 다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취약한 중·저신용차주가 많아 연체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거나 여전채의 조달금리가 안정세에 접어들지 않는 이상 카드사 대출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에 연체이력이 있었던 만큼 신용사면 이후 추가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업권 대부분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당분간 현 수준 대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론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204개 금융기관 여신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 기준 카드론 연체율은 2022년 8월 1.62%에서 지난해 6월 1.86%로 올랐고, 지난해 8월 2.26%를 기록하며 2%를 넘어섰다.
카드론을 연체한 사람이 다시 대출받아 카드론을 상환하는 상품인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9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