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가 2015년 1월 회사 설립 이래 회사 설립 9년 만에 첫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가 무기한 연기했던 상장에 다시금 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지는 가운데 IPO(기업공개) 활황기 도래에 대한 기대감도 이는 모습이다.
◆ 컬리, 작년 12월 EBITDA 흑자…"구조적 개선 결과"
컬리는 작년 12월 EBITDA 흑자를 달성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EBITDA는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보는 지표다.
"월 EBITDA 흑자는 일시적 효과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구조적 개선의 결과"라는 것이 컬리 측의 설명이다. 작년 12월 EBITDA 흑자는 전년(2022년) 12월 대비 약 1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이는 매출과 비용 등 손익 관련 지표들의 고른 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컬리는 부연했다.
EBITDA가 흑자를 기록한 데는 특히 직접물류비의 개선 영향이 컸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 오픈한 창원과 평택 물류센터의 생산성 증대와 기존 송파 물류센터의 철수를 통해 물류 운영 안정화 및 최적화를 이루면서 주문처리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동시에 배송단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배송 집적도 향상으로 효율을 극대화해 라스트마일 배송비를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사용포장재인 '컬리 퍼플박스'의 이용량 증가로 주문당 종이 포장재 사용량이 줄었고, 드라이아이스 생산을 내재화해 관련 비용도 함께 축소됐다.
컬리는 마케팅비도 크게 절감했다. 적은 비용이지만 효과가 큰 채널을 잘 선택해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집중 진행하며 효율을 높였다.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도입으로 고객 록인(lock-in‧고객 이탈 방지) 효과가 나타났다. 인건비, IT시스템 유지비, 기타 운영비 등의 고정비도 2022년 12월 대비 소폭 줄였다.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는 "컬리의 월 EBITDA 흑자는 전방위적인 구조적 개선과 효율화 노력을 통해 이룬 값진 성과"라면서 "12월 흑자 달성을 동력으로, 올해 더 큰 개선을 이루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현금성 자산도 증가세…쿠팡 선례 이어가나
월 EBITDA 흑자는 컬리가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컬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400억 원으로, 3분기 말(1280억 원) 대비 120억 원가량 증가했다.
상승세에 힘입어 컬리는 올해 분기별 흑자도 기대하는 모양새다. 앞서 쿠팡의 경우 분기 기준 EBITDA 흑자를 달성한 후 곧바로 2022년 3분기에 흑자 달성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쿠팡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연간 흑자전환 또한 앞두고 있다.
다만, 컬리의 월간 EBITDA 흑자가 '수익 모델'이 아닌 '절약'에서 비롯된 만큼 쿠팡의 선례와는 다르다는 평도 있다. 일전 쿠팡은 '와우멤버십'과 오픈마켓까지 로켓배송을 확대한 '로켓그로스'를 통해 고객 유입을 이끌어내며 EBITDA 흑자를 달성했다. 쿠팡은 활성고객수(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와 1인당 구매액 등 구체적 지표 또한 제시했다.
만일,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컬리가 분기 기준 흑자까지 이뤄낼 경우 컬리는 여세를 몰아 철회했던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컬리는 2022년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그해 8월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5일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컬리, 한때 몸값 4조 원 거론…올해 상장 대어 이어진다
컬리는 지난 2021년 7월 기업가치 2조5000억 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기업가치 4조 원을 인정받고 2500억 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컬리가 실적 상승세와 함께 IPO 시장에 재차 얼굴을 들이밀게 되면 또다시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을 확률이 높다. 올해 시장에서 몸값 1조 원이 넘게 점쳐지는 기업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과 선박 서비스 전문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前 HD현대글로벌서비스) 등과 함께 대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산업용 공작기계 글로벌 3위 업체인 DN솔루션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등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토스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마쳤으며, DN솔루션즈 또한 내달 중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케이뱅크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공모가는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된 비율이 직전년도 54%에서 77%로 높아졌다"며 "2024년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IPO 시장 환경이 개선되며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