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남양유업…홍원식 회장 지우기 '사명 변경' 가능성은 [TF초점]


남양유업 "한앤컴퍼니 경영진 꾸리면 고려 대상일수도"

남양유업 경영권을 두고 한상원 한앤컴퍼니와 법정다툼중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2년 6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증인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유(乳)업계 주인이 바뀌었다. 경영권 분쟁이 표면상의 이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너 리스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단적 오너 경영이 회사를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60년간 이어진 오너 경영은 결국 막을 내렸다. 특히 새 주인이 들어서며, 그동안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사명 변경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꽤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얘기다.

남양유업 사명 변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핵심 이유는 홍 회장이 경영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홍 회장은 한앤코와의 긴 싸움 끝에 참패로 경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난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을 비롯한 회사 오너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약 3년간의 경영권 분쟁 공방은 끝을 맺었다.

홍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된 도화선은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가 결정적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허위·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곧 허위로 밝혀졌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여론의 뭇매도 맞으며, 기업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홍 회장은 같은 해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며, 일가 보유 지분 53.08%를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그해 9월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SPA 계약 이행 전에 남양유업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김앤장 변호사가 불법적인 '쌍방 대리'를 했다는 게 이유다. 그 후 이뤄진 법정 공방에서 1심·2심(2022년 9월 22일·2023년 2월 9일) 재판부는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4일 대법원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로써 60년 오너 경영체제는 종언을 고했다. 판결 직후 남양유업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한앤코 측은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된 이유는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가 결정적이다. /뉴시스

◆ 한앤코 경영권 쥐면 사명 변경 가능성 높아…"때가 된 것"

이번 판결로 홍 회장은 한앤코에 회사 지분을 넘겨야 한다. 지분을 넘겨받고 한앤코가 이사회 등을 열어 새 경영진을 선임해야 본격 한앤코가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홍 회장은 주식매각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해서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남양유업 측도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4일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 회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강제집행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앤코가 경영권을 쥐면 사명 변경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양유업의 남양은 홍 회장의 본관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한앤코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간다고 밝힌 만큼, 사명 변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사명 변경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남양유업 관계자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경영진이 되면 사명 변경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도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한앤코인 만큼, 현재 사명을 유지하진 않을 것 같다"며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사명 변경 관련)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때가 된 것이라고 본다. 오너 일가가 퇴진하는 상황에 더 이상 남양이라는 사명으로 가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무엇보다 향후 어떤 사명으로 변경하는가에 따라 기업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코로나19 여파와 불가리스 불매운동 등 영향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남양유업 2022년 영업손실은 868억 원으로 전년(778억 원) 대비 적자 폭이 90억 원 늘었다. 지난해 1·2·3분기 역시 영업손실을 이어가며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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