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한파로 인해 전기차 충전과 운행에서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배터리 열관리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열에너지시스템리서치랩을 설치하고 현대위아 등 계열사를 통해서도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23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들이 방전되는 사고가 연이어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 충전소에서도 충전 속도가 더딘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충전을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전기차 차주들은 배터리가 방전돼 운행하지 못하고 결국 견인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미국 전기차 충전 대란과 방전 사태는 저온 환경에서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 때문에 나타났다.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물질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온이 낮아지면 전해질이 굳어 내부 저항이 증가해 성능이 떨어진다.
노르웨이 자동차 연맹(NAF)이 지난해 겨울 영하 5~10도의 도로에서 전기차 성능을 시험한 결과 1회 완충 기준 주행거리는 평균 24%(10~33%) 줄었다.
실제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적 운영 온도는 25~35℃ 사이로, 최적 온도 대비 현저히 낮거나 높다면 주행거리와 배터리 내구 수명이 감소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급속충전 상황에서는 배터리 열에너지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저온에서는 배터리 내부의 저항이 늘어나 충전 효율이 떨어지며, 고온에서는 발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전환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배터리 열관리 기술 개발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하는 리서치랩 중 전기차 배터리 열 관리를 위한 '열에너지시스템리서치랩'을 설치, 열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열에너지시스템리서치랩에서는 △고효율 열에너지 혁신 시스템 개발 △스마트 모빌리티 열에너지 솔루션 연구 △수소 생태계 열에너지 솔루션 연구 등 크게 세 가지 연구 주제를 통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열에너지시스템리서치랩의 기술 개발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플랫폼 E-GMP에는 '3세대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이 장착된다. 히트펌프 시스템은 냉매가 히트파이프를 따라 돌면서 압축기와 응축기, 증발기를 거치며 냉각과 난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복합 열교환기를 활용해 1세대 히트펌프 대비 10%, 2세대 대비 5%의 추가 성능 향상을 이뤄냈으며 아이오닉 5, EV6 등에 적용됐다.
실제 지난 2021년 E-GMP 플랫폼 전기차(아이오닉5, EV6 등)에 적용한 3세대 히트펌프는 신규 개발된 복합 열교환기를 활용해 2세대 히트펌프 대비 5%의 추가 성능 향상을 이뤘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미래 히트펌프 기술을 선도할 '가스 인젝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 대비 극저온에서 냉매 유량을 증대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열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개발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위아는 경기 의왕연구소에 '열관리 시험동'을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관련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조직을 독립 신설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와 함께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공조 시스템까지 차량 내 모든 열을 관리하는 '통합열관리시스템(ITMS)'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통합열관리시스템은 현대위아의 주력 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분야"라며 "오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연 현대차그룹 열에너지시스템리서치랩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2025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열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열에너지시스템리서치랩의 목표"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