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엔터 4사(하이브·SM·JYP·YG)가 연초 줄줄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실적이나 주요 아티스트의 공연과 컴백 등으로 올해 상승 모멘텀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새해 들어 고점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하락률은 물론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연이은 약세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는 19일 22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고점(2023년 6월 22일)이던 31만2500원 대비 29.60% 감소했으며, 올해 첫 거래일(이하 1월 2일) 대비로도 8.90% 내려와 있다. 22일 장에서도 오전 기준 2%대 하락률로 약세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과 JYP Ent.(JYP엔터테인먼트)의 낙폭은 더욱 크다. 먼저 19일 7만9100원에 거래된 에스엠은 고점(2023년 3월 8일, 16만1200원) 대비 절반(50.93%)이 줄었다. 고점이던 지난해 3월 당시 하이브와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전에 따라 맞불 공개매수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과하게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으나, 지난 18일 7만8000원에 거래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기간을 올해만 한정해도 15.22% 빠지면서 급락세가 짙은 모양새다.
최대 주주인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OO(창의성총괄책임자)의 JYP Ent. 역시 고점(2023년 7월 25일, 14만6600원) 대비 42.39% 내린 8만400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주요 아티스트인 걸그룹 있지(IZTY)의 컴백과 박 COO의 50억 원어치 자사주 매입 등에 따라 상승장을 기록한 날도 더러 있지만, 올해 들어서도 17.06% 내려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는 엔터 4사 중 고점(2023년 5월 31일, 9만7000원) 대비 무려 56.13% 하락하면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엔터주에 이름을 올렸다. 에스엠과 함께 지난 18일 52주 신저가(4만100원)를 경신했고, 올해는 10.51% 하락하고 있다. 22일 장에서 엔터 4사 중 유일하게 4%대 상승하는 등 반등하고 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터주의 연초 동반 약세는 엔터 4사가 매출의 절반가량이 음반 판매에서 발생하는 가요기획사인 만큼 주요 아티스트의 재계약 문제나 앨범 판매 실적 저조 등 개별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된 수입원이던 중국 팬들의 음반 구매가 급격히 감소한 영향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판매한 음반 수출액은 3399만 달러(약 455억 원)으로 2022년(5132만 달러) 대비 33.7% 감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음반 수출액이 97.8% 급감했다. 중국 팬들이 K팝 소비에 지갑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내 엔터사들의 중국을 상대로 한 실적이 좋지 않은 배경으로 코로나19 여파애 경기가 침체한 중국이 당분간 내수에 집중하기 위해 문호를 폐쇄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해외 아티스트의 오프라인 공연 금지는 물론, 최근 K팝 아티스트의 앨범 공동 구매에도 규제 강도를 높이는 등 중국의 K팝 팬들의 실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증권가도 눈높이를 낮춘 모양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터 4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하이브 901억 원, JYP Ent. 451억 원, 에스엠 270억 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 47억 원로 추산하면서 "대부분 중국 공구 감소 영향으로 앨범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그럼에도 하이브는 글로벌 팬덤 증가를 통해 이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터 4사 중 주가 흐름이 가장 부진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목표 주가를 기존 9만 원에서 6만5000원까지 하향 조정하며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블랙핑크의 단체 재계약은 성공했지만, 블랙핑크의 올해 단체 활동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워 실적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며 "이제 중요한 점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가 관건이다. 음반 판매량 수치보다 음원의 흥행 여부가 향후 공연 시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음원 성적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작용할 것"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엔터 4사의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보니 약세가 다소 과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서 52주 신저가를 이미 경신했고 업황 둔화 속 홀로 성장세가 전망되는 하이브, 최대 주주의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 주주 가치 제고 방향을 이어간 JYP Ent. 등의 행보가 연초 바닥을 찍은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또한 국내 최초로 엔터 4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어 엔터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투자신운용이 이달 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ETF 'ACE KPOP 포커스'는 에스엠(25.75%), 하이브(25.64%), JYP Ent.(24.46%), 와이지엔터테인먼트(18.36%) 등 엔터 4사 비중이 포트폴리오중 95%를 차지한다. 기존 엔터 ETF로 불린 'TIGER 미디어컨텐츠'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은 엔터 4사 비중이 최소 10%에서 많게는 60% 정도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터사에게 지난해는 코로나19 이하 사실상 제대로 영업활동을 했던 사실상 첫해로 4분기 부진 전망에도 연간 실적이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 4사 비중을 높인 ETF도 등장하고, 올해 2분기 내 주요 아티스트들의 컴백도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계기는 여전히 풍부한 시점"이라며 "중국 공동구매 관련 이슈로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이어졌지만, 중국 수출 비중이 예년보다 낮아 1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올해 상반기 내 최대 11팀의 신인이 데뷔한다는 점도 기대되는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