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최지혜 기자] 연말연시의 분초는 빠르게 달려 어느덧 1월 셋째 주가 흘렀습니다. 시무식과 신년 인사회 등 정부와 기업들의 다양한 행사도 막을 내리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새해 첫 달의 중순으로 접어들며 경제계 안팎에선 이목을 끄는 소식들도 속속 나왔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직 개편이 대표적인데요.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틀에서 '소프트웨어(SW) 대전환'을 이끌면서 이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중입니다.
롯데그룹에선 사장단 회의가 열렸습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올해의 경영 전략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특히 '롯데가 3세' 신유열 전무도 이 자리에 공식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금융권에선 토스뱅크가 외화를 사고팔 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환전 수수료가 없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외화통장을 개설하면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 17개 통화를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개편 목적 'SW 역량' 강화…정의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자동차업계 이야기를 둘러볼까요. 최근 현대차그룹이 기존 완성차의 틀을 탈피해 '소프트웨어(SW)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정의선 회장의 시선에는 기술적 성과가 많이 부족한가봅니다. 최근 R&D(연구개발) 조직을 개편했다면서요.
-네.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최근 R&D 조직을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둘로 나누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R&D 인력을 'AVP(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와 'R&D 본부' 둘로 나누고 각각 SW와 HW 개발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래에 대부분의 R&D 인력이 있었고 SW 개발은 별도 조직인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본부와 SW 기술 중심 자회사 포티투닷(42dot)에서 해왔는데요. 사실상 SDV 본부를 승격시켜서 HW와 동등한 수준으로 만든 셈입니다.
-수장도 바뀌었다지요.
-네. 양희원 현대차 연구개발 부문 TVD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새로 생긴 R&D 본부장을 맡겼습니다. 또 AVP(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는 기존 SDV 본부장이었던 송창현 사장을 임명했습니다.
양 사장은 1963년생으로 차체설계실장(상무), 설계담당(부사장), TVD(Total Vehicle Development)본부장(부사장)을 맡아왔습니다. 회사측은 양 사장이 플랫폼 개발과 설계, 프로젝트매니저(PM) 경험을 통해 차량 개발 전반에 대한 역량을 두루 갖춘 전문가라고 설명했지요.
송 사장은 1967년생으로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입니다. 지난 2019년 자동차 관련 SW회사인 포티투닷을 설립했고 2022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송 사장을 SDV본부장으로 임무를 부여하고 SDV 전환 R&D의 중심 역할을 맡겨 왔습니다.
-이같은 개편의 이유로는 어떤 방향성이 지목되고 있나요?
-SW 개발을 HW와 분리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기존 완성차 업계는 HW 중심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렇다보니 HW를 먼저 설계하고, 부수적으로 SW를 개발하는 형태였는데, SDV 차량을 만들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전자제품으로 예를들어, 기존 피처폰 시절에는 휴대폰을 먼저 설계한 뒤 거기에 맞는 SW를 개발했습니다. 이렇다보니 SW는 기기에 종속되고, 새로운 기기를 만들게 되면 또다시 SW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스마트폰 시대가 왔을 때는, 기기 설계와 SW 설계가 분리된 채 개발됩니다. 이 덕분에 SW가 기기에 종속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와 앱을 계속 추가해 적용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SDV로 전환해 스마트폰을 업데이트하듯 차량을 '전자제품화' 시키는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마치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와 같은 '표준 아키텍처'를 구성하고, HW와 SW를 표준에 맞게 각자 빠르게 개발한다는 방향성입니다.
-정의선 회장의 관심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개편은 SW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차·기아의 SW 역량이 미흡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전을 위해 IT를 많이 접목했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3일 신년사에서도 SW개발은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현대차·기아는 기존에 CTO를 맡았던 김용화 사장을 임명한지 단 6개월 만에 교체하면서 R&D 조직의 대수술을 예고하기도 했죠.
◆ 일부 직원들 불만 표출…네이버 출신 송창현 사장 불신
-조직개편에 대한 현대차그룹 내부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나요?
-아쉽게도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표하는 모습입니다. 우선 송창현 사장에 대한 불신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새입니다. 송 사장은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인지 3년 밖에 안됐는데, 너무 큰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기존 현대차 직원들의 불만이 글로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AVP로 끌려가는 4500명은 추후 근무지 변경과 분사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사태를 파악한 전 직원이 현대차 자체가 크게 무너질 것 같아 분개하고 있다"고 내부 직원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도 SW전환을 꼭 해야하는 이유가 뭔가요.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SDx'를 위해서는 SW 중심 자동차 개발 체계 전환이 필수입니다.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과 서비스가 자동화, 자율화되고 끊김 없이 연결되는 세상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가장 최적화되고 자유로운 이동을 경험하는 '모빌리티 혁신'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SDx는 SW 중심의 자동차 개발 체계를 전환하는 SDV가 필요합니다. 차량 개발 시스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높여 언제나 최신의 차량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SDV를 통해 차량과 플릿(fleet, 운송·물류·유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차량 그룹)으로 이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과 접목, 다양한 이동 솔루션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로지스틱스, 도시 운영 체계 등과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단순 제조업에만 매진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나보네요.
-맞습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5%에 달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데요. 제조업은 특성상 생산성이 낮은 업종입니다.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인데요.
SW전환이 이뤄진 현대차그룹은 단순히 자동차만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의 이동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자율주행 기술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운전을 하지 않고 쇼핑, 콘텐츠 감상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고, 현대차그룹은 이 모든 것들을 총괄하는 종합 서비스 기업의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되죠.
-SW 전환과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직접 말한 정 회장이 SW 기술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에 성공할 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상장사 합산 영업이익 1위를 기록이 유력한데요. 대규모 조직개편과 미래 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대표 기업으로 끝까지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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