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더욱 깐깐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대출 규제 예외였던 전세자금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위는 주택보유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에만 우선적으로 DSR을 적용할 방침이다. 무주택자가 아닌 주택보유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원금이 아닌 이자상환분에만 DSR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대출의 경우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 전세가격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에 전세대출은 대출 자체가 비교적 쉽고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높아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2%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3년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2022년 대비 37조 원 늘어난 109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2022년(20조 원)보다 31조6000억 원 늘어난 51조6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한 요인이 됐다는 얘기들이 많이 있다"며 "DSR이 가계부채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전세대출에도 점차적으로 DSR을 적용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DSR 규제 적용 계획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SR의 목적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으라는 것이 기본 취지로, 현재의 경우 이와 관련된 예외 비중이 높아서 DSR 제도 취지와는 조금 벗어난 측면이 있었다"며 "결국 이번 금융당국의 계획은 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예외 항목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DSR 원래 목적에는 부합한 정책이지만, 극히 작은 부분의 예외만 규제에 포함시키면서 집값 하락 등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신 선임연구위원의 의견이다.
그는 "무주택자가 아닌 주택보유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원금이 아닌 이자상환분에만 DSR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가계부채 전반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제도 규제 변경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조심스러운 규제강화를 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