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IPO '대어' 에이피알, 돌연 상장 2주 연기 왜?


금감원 요청으로 17일 증권신고서 다시 제출해
에이피알 "기업가치 영향 없을 것"

뷰티테크업체 에이피알은 최근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상장을 2주가량 연기했다. /에이피알 제공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조 단위 시가총액을 목표하면서 올해 첫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힌 뷰티테크업체 에이피알이 기관 수요예측을 목전에 두고 돌연 상장 일정을 2주가량 연기했다. 상장을 앞두고 일정을 연기한 전례가 드문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금감원의 추가 설명 요청에 따라 지난 17일 장 마감 후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증권신고서는 IPO 일정에 돌입한 기업들이 상장 첫 단계인 기관 수요예측에 앞서 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주주 구성이나 잠정 실적 등 기업 정보, 희망 공모가 등 공모정보, 투자위험요소 등을 금감원에 제출하는 서류다. 투자자들은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에이피알이 새롭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매출이나 총 공모주식 수, 공모가 희망 밴드, 예상 시가총액 등의 수치는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기관 수요예측 시작일이 오는 22일에서 내달 2일로 연기됐다. 이에 우리사주 청약과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일정, 상장일 등도 최대 15일가량 밀렸다.

에이피알은 상장 일정 변경 외에도 피부 미용기기 수출입 현황, 미용 기기의 기업별 국내 점유율, 제품 보증기간, 대여금 거래 내역, 소송이나 우발부채 관련한 투자 위험 등 내용을 새 증권신고서에 추가로 기재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들이 기존 증권신고서보다 더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에이피알의 이번 상장 일정 연기를 두고 의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코프로머티,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DS단석 등 흥행에 연이어 성공한 상장 종목들도 기관 수요예측을 앞두고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기도 했으나 상장을 코앞에 두고 일정을 연기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오아시스나 컬리,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 시장 관심을 끈 대어들이 상장을 앞두고 일정을 연기했다가 최종 철회한 사례도 있어 예비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가중된 모양새다. 이들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며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했기 때문에, 에이피알의 상장 연기 역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특히 에이피알은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난해 11월은 연간 실적 집계치 전망이 비교적 수월한 시기로, 상장 전 실적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 의문을 더한다. 상장사 실적 논란은 지난해 8월 유니콘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가 상장 후 3개월이 지나서야 저조한 실적이 공개된 후 주가가 폭락해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는 '파두 사태'에서 발생했으며, 금융당국은 이후 증권신고서 심사 절차를 강화해 왔다.

김희선 미용기기로 알려진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운영하는 에이피알은 올해 IPO 시장 흥행을 좌우할 가늠자로 꼽히고 있다. /에이피알 제공

이에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에이피알에 당국이 증권신고서를 정정 요청을 보낸 까닭 또한 강화된 심사 절차의 일환이며, 최초 신고서에 누락된 특수 관계자 대여금 거래 내역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에이피알은 2014년 당시 대학생이던 김병훈, 이주광 공동 대표가 함께 창업한 기업으로 설립 3년 만에 매출 630억 원을 기록해 뷰티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9년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매각을 희망한 지분을 특수목적법인(SPC)이던 넥스트스테이지를 통해 인수했고, 2020년 넥스트스테이지가 다시 에이피알로부터 100억 원가량을 대여해 이 전 대표에게 대금 일부가 지급됐는데 이 내용은 최초 증권신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에이피알은 이번 증권신고서 재제출을 통한 상장 연기가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에이피알의 과거 경영 활동 중에 발생한 최대 주주 지분 변동 등 설명을 추가로 요청받았고, 관련된 내용을 모두 소명했다는 해석에서다. 또 지난해 12월 가결산 실적도 추가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도 자신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동기 31.3% 오른 5223억 원, 영업이익은 160.7% 오른 102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신고서 내용을 충실히 보강했으며, 추후 당국의 요청에도 성실히 협력하겠다"며 "추가 기재된 사안도 거래소 예비심사 과정에서 소명이 완료된 사항이다. (상장 연기 등이)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이피알은 이번 상장 일정 연기에 따라 내달 14일 일반 청약을 실시할 전망이다. 총 공모주식은 37만9000주(신주 30만9000주, 구주 7만 주)로, 구주는 김병훈 대표가 내놓는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4만7000~20만 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1149억~1조5169억 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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