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이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 나선 이유는 [TF초점]


중국 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돌파책 마련
업계 “중국 축소 아닌, 자연스러운 비중 조정”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사진 좌측 상단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화장품 기업 회장이 중국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돌파책으로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곳에 첫 발을 뗀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시장 영토 확장에는 힘써왔다. 다만 전체 해외 매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자 해외 시장 전략을 조정하며 수익성 제고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경배 대표이사 회장 얘기다.

서경배 회장은 '우수천석'(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 집념으로 북미 시장 영토 확대를 수익성 개선을 위한 돌파책으로 낙점했다.

북미 시장 공략은 서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 크다. 일례로 지난해 9월 4일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에서 열린 '창립 78주년 기념식'에서 서 회장은 "북미·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서 회장은 오래 전부터 북미·유럽 시장 확대를 강조해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미주에서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가 성장을 거듭하며 전체 매출이 83%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며 중·장기 성장 동력도 마련했다. 지난해 경우 미주에서 1분기 80%, 2분기 105%, 3분기 35%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6세대 윤조에센스'를 출시한 설화수와 MBS 채널 접점을 확대한 이니스프리 등 핵심 브랜드가 고성장을 이뤘고, 라네즈 경우 멕시코 세포라에 출시하며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오는 5월부터는 자회사 ‘코스알엑스’ 연결 실적 편입도 예정돼 있다. 매출 90%가 해외, 그 중에서도 절반이 북미에서 나오기 때문에 북미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18일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앞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 대해 "그룹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온라인 채널 중심 유통 전략,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 입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이뤄낼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북미 스킨케어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는 5월부터 자회사 ‘코스알엑스’ 연결 실적 편입도 예정돼 있다. 매출 90%가 해외, 그 중에서도 절반이 북미에서 나오기 때문에 북미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 북미 시장 확대…'실적 개선' 주요 원인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악화 영향으로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 외형 성장·수익성 모두 낮은 성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 주력 계열사) 1분기 매출(9136억 원)은 전년 동기(1조1650억 원) 대비 21.5%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64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579억 원) 대비 59.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9453억 원)·영업이익(58억 원)은 전년 동기보다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실적(매출 8888억 원·영업이익 172억 원)은 전년 같은 기간(매출 9364억 원·영업이익 188억 원) 대비 각각 5.08%, 8.51% 줄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봐도 지난해 2분기 실적을 제외한 1, 3분기 외형성장과 수익성은 감소했다. 일례로 지난해 3분기 매출(9633억 원)은 전년 동기(1조217억 원) 대비 5.71%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29억 원) 보다 12.7% 줄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 사업 전략은 유지·확장 기조로 이어가고, 대신 북미 사업 전략에 더 많은 힘을 쏟는 방식으로 공략을 수정했다. 요약하면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는 개념이 아닌, 북미 경쟁력을 더 키움으로써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룬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에서 K팝·K드라마·K문화 등 인기가 K뷰티까지 번지면서 미국에 대한 국내 화장품 수출액도 늘고 있다는 점은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 희소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국내 화장품 수출액 추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기업 대미(미국에 대한) 화장품 수출액은 13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4%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 북미 매출은 234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268억 원) 대비 84.9%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 화장품기업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나라"라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돌파책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시장도 수익성 개선 박차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북미 사업 확장과 별개로 중국 사업 전략에도 볼륨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 환경과 고객 요구에 맞춰 유통 채널 구조를 주요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티몰과 JD닷컴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새롭게 떠오르는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같은 원브랜드샵 경우 비용이나 접근성 등 사업의 효율화를 고려해 채널 믹스 전략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특히 설화수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주력으로 중국 사업을 활발하게 이어갈 방침이다. 리브랜딩 마케팅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 관련 대응 전략으로는 "면세 채널과 명동·홍대 상권 주요 매장과 유통 채널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고, 주요 유통사·여행사와 연계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연계 상품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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