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새해부터 쇄신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카카오가 이르면 이번 주 대규모 그룹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카카오와 계열사의 최고위 경영진의 인사가 '김범수 키즈' 중심으로 편성됐던 만큼, 이번 변화가 태풍이 될지 찻잔 속의 폭풍으로 그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계열사 대표이사(CEO) 인선을 포함한 인적 쇄신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를 포함한 13개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조직이자 김범수 창업자와 정신아 대표내정자가 공동 의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CA협의체에서 해당 사안을 들여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창업자는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후 카카오의 미래·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센터장 직함만을 유지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인해 회사가 전방위 위기에 처하자, 1년8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돌아왔다. 올해부터는 아예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아 카카오 그룹의 쇄신을 진두지휘한다는 구상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2월11일 열린 임직원과의 간담회에서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투자와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방식과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대규모 인사 변화를 예고했다. 실제로 김 창업자의 선언 이후 단 이틀 만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차기 카카오 단독 대표로 선임됐다.
현재 카카오 본사와 주요 계열사 대표 77명이 올해 상반기 안에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위 경영진 교체가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진수·김성수 공동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아울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처스'를 고의로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일으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자사 가맹 택시에 유리하도록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콜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송사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계열사 직원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함을 느낀다"며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모두 창업 초기 김범수 창업자의 스타트업 투자를 받았던 인물인 만큼, 내부 존재감이 컸기 때문에 '교체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의 최고위 경영진 인사가 김범수 창업자의 측근으로 구성됐던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회사의 쇄신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다음·카카오 합병 이후 카카오 대표직을 맡았던 인사는 대부분 김범수 창업자의 전 직장인 삼성SDS, 한게임, NHN 등을 통해 인연을 쌓은 이들이다.
카카오는 임지훈 전 대표(3년)와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4년) 시기를 지나면서 최고 경영진의 거취가 매우 급격하게 변경됐다. 시작은 2021년 말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대량으로 매도하며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휘말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예정됐던 여민수·류영준호는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이자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단독 대표로 선임해야 했다.
카카오는 우여곡절 끝에 2022년 남궁 대표와 그 뒤 홍은택 대표를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SK C&C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남궁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그 이후로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차기 단독대표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했다. 2021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동안 대표이사 체제가 6번 바뀐 셈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 대표 역시 이른바 '김범수 키즈'로 꼽힌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김 창업자와 NHN 시절부터 인연을 쌓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포도트리' 창업 당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류긍선 대표가 CEO로 재직했던 스타트업 다날 역시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한 준법감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100인의 CEO'를 키운다는 김범수 창업자의 의지와 함께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해 이들에게 경영 전반을 일임하는 형태로 성장했다"며 "이는 카카오 그룹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주요 리더십이 김범수 창업자의 측근으로 구성됐다는 문제점 역시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가 이러한 리더십 리스크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재 양성 제도 등을 점검해 경영진의 인재풀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 경영쇄신위는 이르면 이달 중 교체 CEO 명단을 확정하고, 각 계열사 이사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2~3월 계열사 주주총회 전에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인사를 확정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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