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적신호 켜진 홈쇼핑업계…'모바일' 강화 힘 싣는 이유 [TF초점]


현대·CJ온스타일·GS샵·롯데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집중
'TV·모바일' 상승효과 효과 기대

국내 홈쇼핑업계가 업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바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홈쇼핑업계 살림이 갈수록 태산이다. TV시청자 급감과 송출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며 업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특히 이중고로 몸살을 앓자, 결국 경영 실적까지 급전직하했다. 업계는 이에 '모바일' 강화에 방점을 찍고,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기존 본업인 TV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에 힘주는 궁극적인 이유는 TV·모바일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 전략이 향후 각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내 주요 홈쇼핑업계 4사(현대홈쇼핑·CJ온스타일·GS샵·롯데홈쇼핑)가 업황 위기 돌파책으로 모바일에 방점을 찍었다. 업황 자체에 먹구름이 끼며 내부 살림이 나빠지자, 반전을 일구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모바일 강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별 TV·스마트폰 이용 빈도(주5일 이상)를 묻는 질문에서 TV홈쇼핑 주 고객층인 40~50대가 TV보다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했다. 특히 이용 빈도를 보면 스마트폰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자세히 보면 40대는 TV 이용 빈도가 76.6%, 스마트폰은 98.8%로 조사됐고, 50대는 TV가 86.0%, 스마트폰은 97.5%로 집계됐다. 요약하면 핵심 고객층이 이제 TV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송출수수료 부담도 홈쇼핑업계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부담은 지난 2018년 46.1%에서 2022년 65.7%까지 불어났다.

이는 곧 기업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3분기 매출(5051억 원)과 영업이익(168억 원)은 지난해 동기(매출 5320억 원·298억 원) 대비 각각 5.0%, 43.6% 쪼그라들었다. GS샵(GS리테일 홈쇼핑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 매출 259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 줄었고, 영업이익도 213억 원으로 18.7% 감소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도 2023년 3분기 매출이 21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고, 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수익성 적자 전환했다. 반면 CJ온스타일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TV·모바일 등 커머스 채널을 유기적 결합한 '원플랫폼 전략'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라의 연간 주문금액이 202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

◆ 현대홈쇼핑 MZ세대 프로그램 론칭, CJ온스타일 '원플랫폼 전략'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라'의 연간 주문금액이 202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쇼라는 2018년 첫 출시 이후 최근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신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고정고객이 늘며 1인당 월평균 생방송 주문금액이 36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21년 대비 53%, 2022년과 비교해도 13% 증가한 수치다. 통상 TV홈쇼핑의 월평균 주문금액이 28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TV보다 모바일 생방송을 보며 한 달 간 쇼핑하는 금액이 30% 이상 높은 셈이다.

현대홈쇼핑은 MZ세대(밀레니엄+Z)를 겨냥한 프로그램 기획을 적극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구해왔쇼라', '쟁여두쇼라', '줍줍하쇼라' 등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쇼라의 2030세대 고객 1인당 주문금액은 전년 대비 56% 치솟았다.

올해 현대홈쇼핑은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최신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등을 통한 쇼라의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올해 1월에만 증강현실(AR) 기술로 마치 백화점 명품관에 들어선 듯한 화면 구성을 보여주는 명품 특화 프로그램 '투명쇼'를 신규 출시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통상 오전 10시에 주문이 몰리는 TV홈쇼핑과 달리 쇼라의 '프라임타임'은 퇴근 시간과 취침 전인 오후 6~8시, 오후 9~11시로 나타났다"며 "모바일로 즐기는 홈쇼핑의 실시간 쇼핑 채널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TV 매출에서 디지털 매출로 사업 축을 옮겨 미래 성장 동력을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202년 1분기 디지털 매출 비중이 TV 매출 비중을 처음으로 뛰어넘은 이래, 지난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으로 그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는 콘텐츠 질적 차별화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춰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육성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CJ온스타일은 라이브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라이브커머스 전용 유튜브 채널 '오픈런'(핫딜 셋 넷 오픈런)을 개국했다. 오픈런은 '가장 핫한 상품을 가장 핫한 가격에 모바일 1열에서 오픈런하는 쇼핑 라이브 채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예인과 인기 크리에이터 등을 초청해 리뷰·브이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렌드를 녹인 라이브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자사 앱에서는 핵심 고객인 3040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고정 운영해 앱 내 커뮤니티 생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유튜브 채널에서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파급력 높은 콘텐츠를 선보여 압도적인 자사몰 트래픽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CJ온스타일은 원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원플랫폼은 채널·콘텐츠·마케팅·고객 서비스 등 CJ온스타일이 보유한 모든 밸류체인을 조합·결합한 전략 체계다. 브랜드사에게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 TV·디지털 광고까지 서비스를 확장, 연계함으로써 협력사 브랜딩까지 보장해 플랫폼 매력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GS샵은 홈쇼핑 방송과 라이브 커머스 영상을 숏폼 콘텐츠로 보여주는 숏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GS샵

◆ GS샵·신세계라이브쇼핑·롯데홈쇼핑…'모바일' 고객 유입 초점

GS샵은 지난달 말 홈쇼핑 방송과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숏폼 콘텐츠로 보여주는 '숏픽' 서비스를 선보이며, '모바일 시프트 2.0 전략'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시프트 2.0은 TV홈쇼핑 업황을 타개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바일 경쟁력을 갖춘 전략을 뜻한다. 숏픽은 GS샵이 보유한 TV홈쇼핑, 데이터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채널에서 송출된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내외로 편집해 보여주는 숏폼 콘텐츠다.

GS샵 관계자는 "(숏핏은) TV로 채널을 탐색하다가 홈쇼핑에서 상품을 발견하던 경험을 모바일로 옮긴 것이다"며 "고객들이 TV에서는 1시간에 1~2개 상품을 발견했다면, 숏픽을 통해 1시간에 60개 이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그만큼 협력사에게도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3040세대가 쇼츠, 틱톡 등 짧고 간결한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만큼, 숏핏은 이들의 유입·유지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향후 숏픽 시청 데이터와 고객 구매 데이터를 연결해 고객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SNS처럼 고객이 직접 숏픽을 만들어 공유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참고로 GS샵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전체 취급고 가운데, 모바일 취급고 비중은 63.2%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롯데홈쇼핑은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차별화 상품을 TV홈쇼핑에 국한하지 않고, 유튜브,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각화는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채널 개발과 확장을 위해 자체 유튜브 예능 채널인 '내내스튜디오'를 통해 혜택 협상 예능 '강남의 덤덤' 등 콘텐츠 커머스를 선보인 결과 누적 조회 수가 1700만회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외에 신세계라이브쇼핑의 경우 지난해 8월 모바일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리퍼 상품 등을 판매하는 '득템마켓'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 3개월 만에 이용고객이 2배 이상 증가한 성과를 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전략에 힘을 쏟는 이유로 '시너지 효과'를 들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해서 본업인 TV를 버리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업계의 목표는 TV와 모바일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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