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 CEO 매일유업 김선희…작년보다 올해 더 기대되는 이유 [TF초점]


1964년생 김 부회장…유(乳)업계 위기 속 실적 개선
올해 '환자식·고령친화식' 시장 확대

유업계 위기 속에 매일유업이 사업 다각화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섰다. 우측 상단은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 /더팩트 DB·매일유업

[더팩트|이중삼 기자] 저출산 여파로 침몰하고 있는 유(乳)업계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낸 기업이 있다. 대표이사의 '선견지명'(미리 앞을 내다보고 아는 지혜)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이는 타사 경쟁사에 비해 실적·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등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 기업 대표이사는 업계 위기 속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용띠'라는 점에서 2024년 갑진년(甲辰年)에 더 주목받고 있다. 매일유업을 이끌고 있는 김선희 대표이사 부회장 얘기다.

1964년생인 김선희 부회장은 '용띠'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4년 '청룡의 해'가 떠오른 만큼, 김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사령탑에 올라 장기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업황은 그야말로 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0.81명)보다 0.03명 줄었다. 오는 2025년이 되면 0.65명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도 나왔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 현상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2.01명에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 여파로 분유 시장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특히 국내 백색 시유(일반 우유) 소비량도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낙농진흥회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1인당 일반 우유 소비량은 26.6kg, 2020년 26.3kg, 2022년 26.2kg으로 줄었다.

이는 곧 유업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매일유업도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연결기준 매일유업 영업이익은 606억 원으로 전년(2021년) 877억 원과 비교해 31%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2·3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각각 214억 원, 17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38억 원·104억 원) 보다 각각 55%, 39% 늘었다.

반면 경쟁사 남양유업은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결기준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은 66억 원, 3분기는 56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흑자 전환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환자식과 고령친화식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팩트 DB

◆ '식물성음료시장·성인영양식' 사업 다각화

매일유업이 실적 개선에 성공한 이유는 김 부회장이 내놓은 사업 다각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16일 매일유업으로부터 받은 '2023년 매일유업 주요 실적'에 따르면 아몬드 브리즈 등 중국 스타벅스 공급계약 체결, 식물성음료시장 확대, 성인영양식 시장 확대 등 성과가 새로운 매출 수익원으로 효자노릇을 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매일유업의 식물성 음료 제품 라인업은 총 17종으로 매일두유 6종, 아몬드브리즈 6종, 어메이징 오트 5종"이라며 "어메이징 오트 제품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판매량(190mL 환산 기준)이 약 3700만 팩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영양식 시장 확대 성과) 2018년 말 분말과 프로틴 바를 선보인 후 프로틴음료, 스포츠음료, 스파클링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했다"며 "2019년 250억 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500억 원, 2022년에는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부회장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시장에 적중했고, 실적 개선이라는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올해 매일유업은 기존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환자식, 고령친화식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매일홀딩스와 대웅제약이 2007년 지분 50%씩 투자해 설립한 엠디웰아이엔씨(환자식·고령친화식 생산유통)의 메디컬푸드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환자식·고령친화식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엠디웰아이엔씨는 지난해 말 영업 양수도 계약을 통해 올해부터 매일유업의 메디컬푸드사업부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5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이진석(우측) 매일유업 아이스크림TF 본부장이 추석을 맞아 항암치료를 받으며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상하목장 얼려먹는 아이스크림 3종 제품 6000개를 기부하고 있다. /매일유업

◆ 2년 연속 ESG통합등급 'A'…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

매일유업은 ESG평가등급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2년 연속(2022년·2023년) ESG통합등급 'A'를 받았다. 지난해 기준 분야별로 보면 환경은 A등급, 사회는 A+등급, 지배구조는 A등급으로 평가됐다. ESG등급은 △S △A+ △A △B+ △B △C △D 등 총 7등급으로 분류된다.

매일유업이 받은 A등급의 경우 '우수'에 해당한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적절히 갖추고 있고,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적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소화가 잘되는 우유' 제품의 연매출 1%를 소외계층에게 기부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 5만 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는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환아들을 위해 특수분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국내 유일 선천성대상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1999년 10월 생산을 시작해 8종 12개 특수분유 제품을 생산 중이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은 체내에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아미노산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 유전대사 질환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 철학 아래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해 24년째 특수분유 8종 12개를 제조·공급하고 있다"며 "수익성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실시하는 공익 목적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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