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화학 기업 OCI그룹과 제약 기업 한미약품그룹의 기업 통합이 결정되면서 한미약품 오너 일가들 사이에서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실장이 이번 기업 통합을 결정하자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불만을 드러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하자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배제하고 기업의 중대사안을 결정한 것에 대한 섭섭한 심경을 보였다.

OCI홀딩스는 지난 12일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사) 지분 약 27%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7703억 원 규모다. 임주현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했다.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가 되고 임주현 실장은 OCI홀딩스 개인 최대주주(10.37%)가 된다. 임주현 실장은 OCI홀딩스를 통해서 한미약품그룹을 승계하게 된다.

임종윤 사장이 이번 결정에 반발할 경우 자칫 '왕자의 난'이 불거질 수 있다. 먼저 임종윤 사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분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차남인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키맨'이 될 수 있다.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각각 7.20%, 12.15%를 들고 있다. 임종윤 사장(지분 12.12%)이 두 사람과 연대하면 31.47%를 확보하게 된다. 송영숙 회장(12.56%)과 임주현 실장(7.29%)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송영숙 회장의 우호지분으로는 가현문화재단(4.90%)과 임성기재단(3.0%), 친인척들인 특수관계인 등이 있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국 회장은 임성기 창업주의 고향 후배로 그동안 한미 경영진의 우호지분 보유자로 역할을 했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신동국 회장이 경영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찌감치 지주사 경영에서 배제됐고, 현재 개인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임종윤 사장은 바이오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코리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바이오 헬스케어 연구개발 및 신사업 인큐베이션 전문기업으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도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지주회사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송영숙 회장이 딸인 임주현 실장을 그룹 승계자로 낙점했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 사장과 소통을 통해 원활하게 기업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며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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