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갑진년' 새해에도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민생 금융에 1조 원 가까이 지원 지원하며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상생금융에 지출한 비용의 60~80%를 2023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에서 나오는 상생금융 비용은 1조1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의 실적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투자업계는 최근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을 하락 수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의 기대치를 취합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회계기준 당기순이익은 16조319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 15조7312억 원 대비 1.9%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다만 이는 보험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의 회계기준 변동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전년 실적 대비 증감률이다.
앞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에프앤가이드는 4대 금융지주의 순익 추정치를 17조2316억 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상생 금융 지원에 따른 비용을 인식·반영하며 순익 전망을 1조2000억 원 가량 축소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KB금융 5조1968억 원→4조9701억 원 △신한금융 4조9219억 원→4조5703억 원 △하나금융 3조9433억 원→3조6404억 원 △우리금융 3조1696억 원→2조8451억 원으로 전망치가 수정됐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현 상황은 실적과 주주 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재차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2조 원+알파(α)'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에 대한 지원액을 확정했다.
상생금융 방안은 1조6000억 원의 공통 프로그램과 4000억 원 규모의 자율프로그램으로 추진된다. 이 중 5대 은행이 집행하는 비용은 1조5251억 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75%에 해당한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3721억 원 △하나은행 3557억 원 △신한은행 3067억 원 △우리은행 2758억 원 △농협은행 2148억 원 등이다. 분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고된 점도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끝나가면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실적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조달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대기업대출 등의 대출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여기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의 손실 부담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날 경우 대규모 배상 가능성 등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 관련 비용 회계 처리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그동안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생금융' 지원책을 펼쳐왔다. 지원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