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채권단 대부분의 동의를 얻으며 개시됐다. 태영건설은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달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현재로선 워크아웃에 동의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태영건설은 향후 3개월간 모든 금융채권 상환을 유예받게 됐다. 다만 워크아웃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전날 자정까지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를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를 확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된다. 채권단 동의율은 이미 전날 오후 6시께 이 기준을 넘겼다. 이어 이날 최종 집계 결과 대부분의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협의회)는 오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에 대한 상환을 유예하며, 주채권은행이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1개월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태영건설은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자산부채실사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을 평가받는다. 실사·평가 결과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태영그룹이 자구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한다고 판단되면, 주채권은행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해 협의회에 부의하고 의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개선계획에는 태영건설이 발표한 자구 계획과 함께 금융채권자의 채무조정 방안, 신규 자금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 계획안은 4월 11일 제2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결의할 예정이다. 이 결의에서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재차 얻어야 이후에도 워크아웃이 진행된다.
만약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지키지 않거나,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 그 즉시 워크아웃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태영건설은 법정 관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이 밝힌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 원) 태영건설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가지다. 만약 이 자구안으로 충분한 자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TY홀딩스에 대한 오너일가 보유 지분(33.7%) 담보 제공 △SBS에 대한 TY홀딩스 보유 지분(38.1%) 담보 제공 △SBS미디어넷 등 다른 계열사를 활용한 자금조달 등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권이 유예되는 3개월 동안 태영건설은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노력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그래도 부족할 경우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설명회 당시까지만 해도 채권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러나 9일 태영건설이 내놓은 추가 자구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최종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 자구안 발표 전까지 내부적으로 워크아웃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었으나, SBS와 TY홀딩스 지분 담보를 통해서도 자금을 마련한다는 발표로 결정을 바꿨다"며 "워크아웃 자체가 달가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인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충당금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워크아웃으로 리스크가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법정 관리나 부도 상황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PF 대주단은 PF 사업장별로 협의회를 구성해 채무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사업장 중 분양이 완료된 주택 사업장이나 비주택 사업장은 당초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분양 진행 중인 주택 사업장은 분양률을 제고해 사업장을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또 아직 공사를 개시하지 않은 사업장은 사업성과 실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기 착공 추진, 시공사 교체, 사업 철수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주채권은행은 자금관리단을 구성해 태영건설에 파견해 회사의 자금 집행을 관리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PF 사업장의 처리로 발생하는 부족 자금을 PF 사업장별로 대응해야 한다. 이에 자금관리단이 태영건설과 PF 사업장의 자금 관계를 독립적, 객관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채권단은 "협의회가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 계획과 책임 이행 방안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대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며 협의회는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청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대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을 1조3007억 원,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TY홀딩스가 추산한 태영건설의 유위험 보증채무(우발채무)는 브릿지보증 1조2193억 원, 분양률 75% 미만 본 PF 보증 1조3066억 원 등 2조5259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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