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라스베이거스=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이끌 AAM(Advanced Air Mobility)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현대차그룹의 AAM 독립 법인 '슈퍼널'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4(CES 2024)'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로 공개하고 미래 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소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다. 지난 CES 2020 당시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첫 콘셉트 S-A1 이후 4년 만에 새롭게 공개됐다.
S-A2는 전장 10m, 전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가 장착된 주 날개와 V자 꼬리 날개로 구성돼 있다. 최대 400~500m 고도에서 시속 200km의 순항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이 기체는 틸트 로터(Tilt Rotor) 방식으로 구동한다. 회전 날개인 로터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 구조로, 이착륙 시에는 로터가 수직 방향을 향하다 순항 시에는 전방을 향한다. 전방 4개 로터는 위로, 후방 4개는 아래로 움직이는 구조는 슈퍼널만의 독자 방식이다.
이와 더불어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 전기추진(DEP)를 적용해 하나의 로터에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기체 로터와 배터리 제어기, 전력 분배 시스템 등 모든 주요 장치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다중화 설계가 적용된다.
또 슈퍼널은 S-A2가 상용화되는 오는 2028년까지 상용 항공 업계와 동등한 수준의 비행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도심 위를 비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기체 소음도 60~70dB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S-A2 기체 내부는 슈퍼널과 함께 현대자동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와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 엔지니어링 부문은 슈퍼널이, 내·외관 모습은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주도해 만들었다.
특히 자연의 원리를 재해석한 '기술 모방' 철학을 적용, 탑승객의 사용성을 고려해 한층 더 정교한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슈퍼널 측은 설명했다.
기체 내부는 경량화된 탄소섬유 소재의 캐빈을 적용, 조종석과 승객석을 분리해 조종사가 안전한 비행에 집중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인체공학적으로 조형된 시트, 승객 탑승 시 움직임에 따라 조명이 비추는 위치가 변경되는 등 인간 중심적 디자인도 적용됐다.
한편 슈퍼널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상용화를 위해 전방위 협력 구상도 공개했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용 PE 시스템 개발 역량과 자동화 생산 기술을 활용해 첨단 기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안정적인 AAM용 배터리를 개발하려고 캘리포니아 슈퍼널 R&D 부문과 현대모비스가 지속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활용해 S-A2 이륙 전 안전 점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더불어 슈퍼널은 세계 항공 산업의 파트너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AAM 상용화의 선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슈퍼널은 유럽 최대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와 협력해 무인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항공기 부품 생산 업체 GKN 에어로스페이스와는 경량 기체 구조물과 전기 배선 계통 개발을 협업한다.
슈퍼널은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청(FAA) 등과 협업해 지금의 교통 생태계와 AAM을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 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는 "첨단 항공 모빌리티 생태계가 자리 잡으려면 기체 개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공 산업 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슈퍼널과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 AAM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미래 AAM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 기관과 제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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