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매일 오전 입고 상품이 동나는 '품절 대란' 현상도 나타났다. 다이소 화장품은 소비자 사이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입소문을 꾸준히 타며 매출액이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지 2년 된 아성다이소가 H&B(헬스앤뷰티) 시장 1위 CJ올리브영에 대항할 후보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다이소는 화장품 상품을 최대 5000원 가격대로 판다. 품목도 한국콜마, 애경산업, 클리오, 네이처리퍼블릭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화장품 브랜드로 구성했다. 기존 생산 제품에서 포장재를 줄이고 저용량으로 다시 포장하는 등 단가를 낮춰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이소 화장품 판매 전략은 고물가 시대에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고객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지난 9일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관악구 한 다이소 매장에는 10대 학생부터 50대 학부모까지 다양한 연령대 손님이 화장품 코너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김은지 씨(18·여)는 "가격도 저렴하고, 유명 브랜드도 많아서 다이소 화장품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다이소 화장품 중 '품절 대란' 제품도 나왔다. VT코스메틱에서 만든 'VT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리들샷)'은 저녁 시간대 매장에서 재고를 찾을 수 없다. 이 제품이 올리브영 등 기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저렴하고 시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에서 리들샷은 50ml 제품 기준 100앰플 3만2000원, 300앰플 4만3000원에 판매 중이다. 그런데 다이소에서는 12ml 용량 제품을 약 10분의 1 가격인 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300앰플을 ml당 가격으로 따졌을 때 다이소 제품이 600원가량 저렴하다. 서울 동작구 다이소 매장 직원은 "매일 아침 리들샷을 찾는 손님이 많이 몰린다. 일찍 방문해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기초·색조화장품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0% 성장했다. 다이소는 지난 2021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업계 후발주자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매장마다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강남본점을 비롯한 대부분 매장 초입에 화장품 코너를 배치했다. 총 8개 층으로 운영 중인 홍대점 경우 한 층 절반을 화장품으로 채웠다.
다이소는 최근 상품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유통 업계는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이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이소 매출액은 △2020년 2조4215억 원 △2021년 2조6048억 원 △2022년 2조9457억 원으로 화장품 사업과 함께 늘고 있다.
◆ 다이소 화장품, H&B 1위 올리브영 경쟁자 되나
유통 업계에서는 다이소 화장품 사업이 장기적으로 올리브영에 대항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이 전국 매장 수와 매출액 등 비슷한 규모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가졌지만, 다이소가 화장품 가격 정책에서 차별점을 두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다이소 매장 수는 1442개, 올리브영은 1320개다. 이 해 매출액은 다이소 2조9457억 원, 올리브영 2조7809억 원으로 채널 규모가 비슷하다. 화장품 기업 입장에서는 다이소가 화장품 사업을 확대할수록 전국 자사 제품 판로가 커지는 셈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올해 화장품, 화장 소품 등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가 최대 5000원 상품 전략을 고수하는 한 품목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는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꾸준히 늘 것"이라며 "H&B 시장 1위로 올라선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장악을 완화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다이소 측은 "올리브영과 다른 사업 모델이며 경쟁 구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올리브영과 같이 화장품을 중심으로 운영하지 않고 패션 등 여러 가지 품목까지 판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지난해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 잡화 등 다양한 품목도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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