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기업 애플이 새해 들어 급락세를 보이면서 연초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애플의 악재가 장기화면서 시총 2위인 마이크로스프트(MS)가 연내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면서 향후 주가 흐름이 주목된다.
8일(이하 한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애플은 새해 첫날인 2일 3.58%(6.89달러) 내린 후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이 기간 하락률은 5.90%에 달하며 주가는 181.18달러, 시총은 2조8178억 달러까지 내려앉았다.
MS도 새해부터 연속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하락률은 2.21%에 그쳤다. 주가는 367.75달러, 시총은 2조7332억 달러로 애플과 시총 격차는 약 840달러까지 줄어 들었다.
애플의 약세는 연초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부정적 견해가 담긴 리포트와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상승 랠리 후 차익 실현 매물을 발생시킨 결과 등으로 풀이된다.
팀 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아이폰15 판매가 부진했고 올해 나올 아이폰 16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믿는다"며 "다른 하드웨어 카테고리는 여전히 판매 약세를 보이고 서비스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애플의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 목표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애플의 최대 협력사 중 한 곳인 폭스콘의 1분기 실적 부진 전망과 구글과 엮인 반독점 행위 소송 등에 대한 우려도 애플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중 반독점 행위는 구글이 애플 기기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파리를 사용하는 대가로 검색 광고 수익의 36%를 애플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애플의 수익이나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미국 법무부는 애플의 아이폰용 결제시스템이 다른 금융회사들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경쟁을 제한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반면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가량을 투자한 효과를 보면서 연초 전반적인 뉴욕증시 약세에도 하방 압력을 견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S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지켰으나 2021년 1월 애플에 왕좌를 내주면서 3년째 시총 2위에 머물러 있다. 다만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변신이 성공적이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면서 전망이 밝은 편이다.
MS는 오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와 관련한 이슈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S는 이번 'CES 2024'에서 지난 5일 공개한 AI '코파일럿' 전용 키 도입도 공개할 예정이다. 코파일럿은 오픈AI가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를 기반으로 구축한 생성형 AI로, MS 윈도우 11 PC 키보드에 전용 키가 탑재된다면 약 30년 만에 키보드 구성이 바뀌게 된다. 전통적으로 CES에 불참한 애플은 이번 'CES 2024'도 참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MS가 연내 애플을 제치고 3년 만에 다시 시총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2024년 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MS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제휴로 생성 AI 물결을 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판매 증가와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시총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MS도 규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어 눈길을 끈다. 기업 지배구조나 시장 독점 행위 등을 감시하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MS와 오픈AI의 관계가 합병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MC와 오픈AI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MS는 오픈AI의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