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를 주도한 2차전지 관련주가 새해에도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목 중에서는 고점 대비 반값 수준으로 내린 곳도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둡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하방 압력을 버텨낼지 주목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KODEX 2차전지산업'은 4일 종가 기준 연고점(2023년 7월 26일, 4만920원) 대비 44.70%(1만8295원) 감소한 2만2625원에 거래됐다. KODEX 2차전지산업은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2차전지 밸류체인에 포함된 주요 종목들이 담겨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와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 TOP10' 등 주요 2차전지 ETF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4일 각각 고점 대비 41.86%, 18.65% 내린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26일 62만 원에 거래됐으나 고점 대비 32.41%(20만1000원) 내린 41만9000원에 장을 닫았다. △에코프로(-58.80%) △포스코퓨처엠(-52.37%) △에코프로비엠(-52.22%) △삼성SDI(-44.44%) △LG화학(-43.87%)△엘앤에프(-39.48%) △POSCO홀딩스(-38.54%) 등 주요 2차전지 관련주도 고점보다 주가가 크게 내려와 있다.
2차전지 관련 주의 약세는 주요 공급원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나 판매량 둔화에 따라 소비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산하 뉴에너지 조사기관인 BNEF는 올해 전기차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대비 4%포인트 낮춘 20%로 제시했고, 독일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주요국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중단되거나 하향된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더군다나 국내 2차전기 관련 종목들의 4분기 실적 전망도 부진할 것으로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먼저 다올투자증권은 5일 리포트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로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대형 전기차 부문의 매출 하락 및 폴란드 공장 가동률 감소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8만 원에서 52만 원으로 내렸다.
신한투자증권은 POSCO홀딩스의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POSCO홀딩스의 매출액은 19조7000억 원, 영업이익은 9798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매출액 20조3000억 원, 영업이익 1조1500억 원을 밑돌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66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낮춰 잡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내린 만큼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테마주로 묶이면서 과열 양상 우려를 보인 만큼, 올해 금리가 우호적인 흐름이 예상됨에 따라 다시 반등할 여지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전날보다 10% 넘게 오르는 등 2차전지 관련주가 깜짝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는 올해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전망과 낮아진 밸류에이션 등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도 "전기차 판매량이나 정책 변수, 금리 등 흐름을 미뤄봤을 때 올해 배터리 업종 주가 흐름은 '상저하고'로 전망된다. 지난해만큼 상승 랠리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추세적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