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치킨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이사가 취임 초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사령탑에 오른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정부에게는 일방적인 가맹점 계약 해지에 따른 과징금 철퇴를, 소비자단체에는 치킨 가격 인상에 따른 뭇매를 얻어맞으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기 때문이다. bhc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송호섭 대표이사 얘기다.
최근 bhc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과징금 철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협의회) 가격 인상 철회 촉구 등 두 가지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4일 기준 취임한 지 42일된 송호섭 대표 입장에서는 진땀을 꽤나 흘릴만한 상황이다. 취임 초부터 위기에 대응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첫 단추를 잘 채우지 못한다면 앞으로 송 대표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실금이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얘기가 나온다.
먼저 공정위에 과징금 철퇴를 맞은 일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26일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bhc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bhc는 특정 가맹점주에게 지난 2020년 10월 30일 일방적으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같은 해 11월 6일부터 이듬해 4월 22일까지 물품 공급을 중단했다. 앞서 bhc는 해당 가맹점주의 문제 제기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신용이 훼손됐다며 지난 2019년 4월 12일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가맹점주는 법원에 가맹점주의 지위를 확인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2020년 1월 7일 가맹계약이 갱신돼 지위 확인을 다툴 필요가 없다며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bhc는 이를 근거로 또다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공정위는 bhc가 가맹점주에게 법원의 가처분 취소결정을 이유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물품공급을 중단한 행위는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가처분 취소결정을 한 것은 가맹계약이 이미 갱신됐기 때문이며, 계약해지 적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 판단에 대해 bhc 관계자는 "새로운 경영진은 과거 회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관행에 있어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향후 가맹점주들과 진정한 상생을 위해 보다 낮은 자세로 경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bhc는 사내 가맹사업 전반에 걸쳐 불공정한 프로세스가 조금이라도 잔재하는지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촘촘하게 점검하고 진단하는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 소비자단체 "치킨 가격 내려라"…가맹점주 부담증가 논란
bhc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악화된 가맹점 수익 개선을 이유로 가격 조정에 나섰다. 치킨 메뉴를 비롯한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500원~3000원 범위에서 인상했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bhc치킨 가격은 평균 12.4% 올랐다. bhc치킨의 대표 메뉴인 뿌링클은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 후라이드치킨과 골드킹은 1만7000원에서 2만 원, 바삭클은 2000원 오른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 인상과 관련해 bhc 관계자는 "그동안 가맹점 수익이 지속해 악화되는 과정에서 가맹본부는 공급사의 80여 개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 352억 원을 자체 부담하고 있었다"며 "상생 지원금 1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가맹점주들의 추가적인 수익 개선 요구가 이어지면서 한계점에 이르러 가격을 인상했다는 게 bhc의 설명이다. bhc 관계자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가맹본부와 협의회 양측이 서로 신뢰를 갖고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해왔다"며 "그러나 주문과 배달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의 고정비 상승으로 수익이 너무 악화된 가맹점주들의 강력한 가격 인상 촉구에 심도 있게 고민하고 어렵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 관련 지난 3일 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협의회는 "가맹점 수익 악화를 빌미로 가격을 올렸지만, 가맹점의 수익을 위한다면 비용 부담 완화와 치킨 가격 인상으로 구매를 외면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인하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결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가부담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bhc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 30.1%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bhc는 소비자 판매가 인상과 함께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도 평균 8.8% 인상했다"며 "이는 bhc가 가맹점의 수익 악화 문제를 거론하며 소비자가격 인상, 가맹점에 제공하는 공급가격도 인상한 것이다. 치킨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출 부담을 안아야 하는 가맹점에 이중부담을 주면서 본사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의심스러운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bhc 관계자는 "상생간담회에서 가격 인하를 주장한 가맹점주는 한 명도 없었고, 이번 가격 인상은 가맹점주들의 요청을 반영한 결정이다"며 협의회 성명을 반박했다. 덧붙여 "이번 가격 인상은 주문중계 수수료,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 전기, 수도, 가스비 등 부대비용이 올라 가맹점주가 요청해 이뤄진 면이 크다"며 "점주들은 가격을 인하해 박리다매식(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것) 수익을 올리는 것을 오히려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송 대표, 리더십 발휘해야 할 시점"
bhc는 지난해 11월 23일 송호섭 전 SCK컴퍼니(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1970년생인 송 대표는 1993년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나이키 코리아 입사 △로레알코리아 브랜드 매니저 △더블에이코리아 제너럴 매니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11월 bhc 신임 대표에 올랐다.
당시 bhc 관계자는 송 대표 선임 이유에 대해 " 송 대표는 지난 10여 년 간 국내에서 식음료, 소비재, 라이프스타일 기업 대표를 역임하면서 기업가치 개선과 브랜드 명성 강화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왔다"며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국내 시장 진출과 성장에도 견인했다.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 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운영·실행 면에서 높은 성과를 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브랜드 명성 강화와 지속성장성 추구, 글로벌 수준 거버넌스·컴플라이언스 체계 확립을 위해 업계 최고의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송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송 대표가 경영 초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 업계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송 대표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며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면 추후 회복기간도 오래 걸린다.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며 문제를 해결한다면 기업 이미지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