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가 안 보여요" 규정상 문제없다는데…소비자 '우려'


국토부 "규정, 국제 기준 준수"…개정 쉽지 않아

현대자동차 준중형 SUV 투싼의 상품성 개선 모델 더 뉴 투싼 후면. /현대자동차 제공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차량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뒷면 방향지시등 위치가 범퍼에 붙어 식별이 어렵다는 소비자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사고 우려다.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5년 운전 경력의 직장인 정모(30) 씨는 2일 "깜빡이가 밑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8년 경력의 직장인 이모(32) 씨는 "너무 아래에 있어서 확인하기 어렵다. 디자인도 오히려 별로다"라고 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투싼 부분변경 모델 '더 뉴 투싼'도 규정상 위치에 문제는 없으나, 범퍼 하단에 달려 있어 차체가 높은 뒤차의 경우 신호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가벼운 사고가 발생해도 쉽게 파손될 수 있어 수리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불만도 있다.

자동차 방향지시등은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 규칙)에 방향지시등 설치·광도 기준 등이 규정돼 있다. 해당 규칙은 1989년에 만들어져, 국제 기준이 바뀔 때마다 지속해 개정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향지시등 너비는 자동차 최외측에서 40cm 이하로 정해져 있다. 발광면 사이 내측 설치 거리는 60cm 이상이어야 한다. 높이는 앞·뒷면 발광면이 공차 상태에서 지상 35cm 이상, 150cm 이하로 규정돼 있다.

제조사들은 규칙을 준수하며 출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으면 안전에 큰 문제이기에 법적 규정을 지켜서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마다 인식하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최대한 규정을 준수하며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방향지시등 관련 규칙에 대해 자동차 규칙 자체가 국제 기준을 준수한 내용이라 쉽게 개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최소한의 원칙'만 준수하며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도 소비자 입장에서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토부도 국제 기준 준수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교통사고 전문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는 "제조사는 최소 규칙만 준수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제조하다 보니 소비자 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제조사가 최소한도만 맞출 게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정을 어기면 범죄가 되기 때문에 어기지는 않겠으나 방향지시등 위치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다른 차량이 인식하기 미흡할 수 있다"라며 "최근 다양한 차량이 나오는 상황에서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김 교수는 '광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인식하기 어렵다면 광도를 명료하게 하는 등 개선할 수 있다"라며 "현재 규정이 소비자 입장에서 맞지 않는다면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자동차 규칙 자체가 국제 기준을 준수한 내용이라 쉽게 개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 기준에 맞춰 만들었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렵다"라며 "수입차에도 적용되기에 혼자 개정할 경우 통상 마찰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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