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에도 올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했다. 금융권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새판짜기에 분주했다. 그 결과 KB금융그룹은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고, 신한·우리·NH농협금융그룹은 새 수장과 한 해 농사를 펼쳐나갔다. 당국은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디지털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지주가 안정과 쇄신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생존경쟁을 펼친 가운데 <더팩트>가 올해 각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결산해 본다. 아울러 당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첫해인 2023년에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며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다만 임종룡 회장은 새로운 목표 제시와 실현 방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는 취임 2년 차인 2024년, 목표 달성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1959년생인 임 회장은 전라남도 보성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행정고시(24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2013년)과 금융위원장(2015년)을 역임했다.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가 6년 만에 우리금융 회장직으로 복귀하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금융으로 쏠렸다.
다만 기대와 달리 올해 임종룡 회장은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실적 측면에서 우리금융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438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규모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298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줄어든 규모다. 올해 3분기까지 진행된 대손비용 증가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3분기까지 누적 대손비용이 1조789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도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점도 그룹 전체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우리카드는 3분기 누적 118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도 34.8% 감소한 1090억 원의 순익을, 우리종합금융은 무려 73.5% 감소한 180억 원의 순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임종룡 회장 역시 최근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 '실적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 회장은 지난 22일 우리금융 직원들에게 자필 편지를 보낸다. 그는 편지에서 "모든 게 좋을 수 없든 실적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며 "우리의 부족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는다면 앞으로 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 시작에 앞장설 테니, 함께 힘을 더해달라"고 전했다.
높아진 은행 의존도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어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주사 중 가장 높은 94.28%에 달했다.
◆내년 기업금융 확대·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중장기 계획 집중
이에 따라 임기 2년 차가 되는 내년에는 '비은행 강화'가 임 회장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도 우리금융이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부터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를 두고 비은행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인수 비용과 관련해 양사의 의견 차이가 있어 인수 검토를 잠정 중단했다.
아울러 '기업금융' 확대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금융 강화는 임종룡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고, 은행권 기업금융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글로벌 순이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1~3분기는 15% 수준이다.
올해 임 회장이 새로운 목표 제시와 실현 방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잇따라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업명가 재건,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은행 본연의 핵심사업 집중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미래금융을 선도하는 동시에 상생금융, 사회공헌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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