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도·동남아 공략' 가속화…글로벌 시장 '재편'


정의선 회장 지난 8월 인도 방문…현지 전동화 가속 방안 모색
싱가포르 혁신센터 준공·인도네시아서 전기차 1위 등극

정의선 회장이 지난 8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인도 시장 중장기 R&D전략을 점검했다.(사진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의선 회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장(부사장)이 함께 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떠오르는 신시장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악재와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의 견제에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6일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인도 현지 매체들로 구성된 '인도 올해의 차 평가단'으로부터 인도 시장 전략 모델 '엑스터'가 '2024 인도 올해의 차'로 뽑혔다. 또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도 '그린카 부문에 선정되며 2관왕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인도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으며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1~11월 인도 시장 차량 판매 대수는 80만44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는 인도가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번째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만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전기차 중심의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오는 2030년까지 500만 대의 잠재 자동차 수요가 있으며, 이중 SUV가 48%, 전기차는 20%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직접 나서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통해 전기차 보급과 자체 산업기반을 다지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 맞춤 설계한 경형 SUV '엑스터'를 비롯해 특화 SUV 모델일 지속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32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오는 2027년까지 439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도 셀토스 등 인기 SUV를 기반으로 판매를 늘려나가고, 오는 2025년부터 현지 최적화 소형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설계를 바꿀수 있는 목적 기반 차량(PBV)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 16일 인도 하리야나주 구루그람에 위치한 현대차인도법인(HMI)에서 GM인도법인(GMI)과 탈레가온 공장 자산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차는 인도 내 총 생산능력을 최대 100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8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와 현대차 인도공장을 둘러보고, 임직원들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또 정 회장은 인도 타밀나두주에서 M.K 스탈린 주 수상을 만나 인도 자동차 시장 발전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1월 21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임직원들과 싱가포르와 한국 정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시장 공략도 적극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월 21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특히, 하나의 건물에서 소규모 제조 설비오 연구개발(R&D), 사무공간, 고객 체험 시설까지 모두 갖춘 복합공간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하나의 공간에서 혁신적인 제조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 지속 가능하고 차별화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전기차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6.5%를 달성하며 인니 시장 1위를 기록했다.

또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니켈 등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인니를 아세안 전기차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위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건설 중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2024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 시장의 리스크가 확대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공장 두 곳을 단 1만 루블(약 14만 원)에 현지 업체에 넘기기로 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2년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4일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녹색산업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비유럽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시장에서 생산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중국 베이징 1공장 매각한 데 이어 지난 8월 충칭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충칭 공장은 판매 저조 등 여파로 지난해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판매 차종을 13개에서 8개로 축소해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유럽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경제수출감독청(BAFA)은 최근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달 16일까지 신청한 보조금은 지급되지만 17일부터 신규 신청자를 받지 않으며, 이는 예정보다 1년 빨리 중단된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중국 등 서방권이 아닌 곳에서 과감히 사업을 줄이고 새롭게 떠오르는 인도와 동남아 지역을 개척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면서 "러시아 공장도 완전 포기가 아니라 재인수를 조건으로 걸어놓았고, 중국 시장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하는 등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kimthi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