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단기 급등한 집값에 대한 피로감과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 심리가 큰 폭으로 위축됐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 가운데 강남 아파트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 비(非)강남 아파트와의 가격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아파트값 조정 국면이라는 위기에 고가 아파트 집주인들은 '버티기'로 대응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영끌족'이 많은 중저가 아파트 집주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급매물을 던지는 모양새다.
21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4426건으로 3분기 1만827건 대비 59.1% 감소했다. 4분기 거래량은 신고 기간(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아 있지만, 현재 주택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0.03%)보다 더 크게 하락(-0.04%)했다. 주택시장 경기 둔화 우려로 매수자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 매수 문의가 존재하나 거래는 한산한 상황속에서 일부 선호 단지에도 매물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게 한국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지역별 거래량을 살펴보면 서초구의 감소폭이 69.9%로 가장 컸다. 이어 △서대문(-68.3%) △마포(-68.0%) △송파(-66.3%) △성동(-65.7%) △강남(-65.3%) 순으로 컸다. 주로 고가 지역에서 거래 감소가 두드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가 지역은 가격 회복이 빨랐던 데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고가 지역의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해서, 가격도 그만큼 빠진 것은 아니다. 가격 하락은 중저가 지역이 더 컸다. 올 3분기와 4분기(10월 1~12월 20일)에 각각 매매계약이 1건 이상 체결된 서울 아파트(동일 단지 및 동일 면적 기준) 1734개의 실거래가 평균을 분석한 결과 하락 거래 비중은 52%를 기록했다. 구별로 살펴보면 △도봉(72.5%) △강북(65.7%) △종로(63.2%) △동작(61.5%) △성북(61.0%) △노원(60.9%) 등이 고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 거래 비중이 높았다.
여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고가 아파트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반면, 영끌 집주인이 많은 중저가 지역에서는 원리금 상환 부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 '던지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중저가 지역은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상이 되는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이 높은데, 일반형 중단으로 매수 관망세가 확산되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저가 지역의 아파트값이 더 큰 가격 조정을 받으면서 고가 지역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강남·서초·송파구)과 비강남 아파트 간 가구당 평균매매가격 차이는 지난 2분기(12억5962만 원)부터 다시 확대되고 있는데, 4분기에는 12억8281만 원으로 확대됐다.
여 수석연구원은 "상급지로 이동 시 가격 부담이 확대된 만큼 1주택자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주춤해지면서, 겨울 비수기의 거래 절벽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내년 부동산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개최한 금융시장 내년 위험 요인 점검·소통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고금리 영향 등으로 수요자들의 부동산 구매력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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