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해외 시장을 노크하던 국내 증권사가 결실을 보고 있다. 단순한 해외 점포 설립을 넘어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현지 자본시장에 상품을 상장하는 등 거래 발굴 영역까지 영토를 넓히는 모양새다. 인도의 잠재력을 보고 15년간 투자를 밀어붙인 미래에셋증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영토 확장에 성공한 후 세계 최대 자본시장 중 하나로 꼽힌 홍콩까지 발을 넓힌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증권사 쉐어칸 리미티드를 약 300억 루피(한화 4800억 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국내 증권사가 인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것은 최초이며, 인수를 통해 현지 9위 수준의 운용사에 이름을 올린 것도 성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쉐어칸 리미티드는 인도 증권업계 내 10위권 규모의 증권사로 2000년 설립해 지난해 315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에 130여 개 지점, 300만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 네트워킹 역량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현지 증권사 인수는 미래에셋증권이 해외에 최초로 법인을 설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의미를 더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3년 12월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에서 직접 운용하는 펀드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펀드'를 출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 해외 현지 투자를 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에 이번 인도 증권사 인수는 도전의 의미로 풀이된다. 2006년 인도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한 후 큰 수익을 내진 못했지만 15년간 인도의 성장성에 투자하면서 현지 증권사 인수까지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룹에서 해외 글로벌 전략가(GSO)로 취임하면서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뚝심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인도 증권사 인수 후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발판 삼아 성장주로 거듭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 인도와 홍콩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16개 지역에 진출했고 해외 총 운용자산이 120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 한국투자증권의 홍콩 진출도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홍콩거래소에 파생워런트 상품을 상장하며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 점도 유의미한 성과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2일 홍콩증권거래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 워런트 150만 주와 중국 대표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 워런트 800만 주를 상장했다. 콜 워런트는 국내에서 ELW(주식워런트증권)로 불리는 구조화 상품의 일종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콩 시장 진출은 과거 베트남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후 두 번째 사례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7000억 원에 육박할 만큼 세계적인 규모의 홍콩 파생워런트 시장에 주목해 오랜 기간 준비했고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는 자평이다.
서장원 한국투자증권 글로벌파생상품본부장은 "홍콩거래소의 파생워런트 시장 조성을 위해 호라이즌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호라이즌 시스템 활용으로 거래 역량을 더욱 강화해 홍콩 파생워런트 분야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시장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당국의 지원과 독려도 함께 이뤄지면서 향후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빈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해외 진출을 할 때 애로사항이나 제도개선과 관련된 건의 사항을 수렴하고 해소 방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