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IPO] 그룹 내 상장사 '탄탄'…호반건설, 10대사 진입에도 상장계획 無


공정위, 일감몰아주기·벌떼입찰 제재
2년 전 인수한 대한전선 실적 성장세

호반건설이 올해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IPO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호반건설 상장 추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2년 전 호반그룹이 인수한 대한전선이 그룹 내 터줏대감 상장사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올해 벌떼입찰과 일감몰아주기로 정부로부터 과징금까지 받아 기업공개(IPO)에 나서기에는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호반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20년 IPO 계획을 미룬 뒤 상장 계획이 아예 멈춰선 상태다. 올해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오르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10대 건설사'에 복귀했지만, 상장에 대한 별다른 의지를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당초 호반건설은 2020년 상반기 중 IPO의 첫 단계인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연내 상장을 마친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증시 여건 악화로 일정을 미뤘다.

호반건설의 경우 당초 IPO가 절실한 상황은 아니었다. 외부 자본 유치의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창립주 김상열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창립 이후 현재까지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56.86%로, 전년(59.11%)보다도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기자본 비율이 1대 1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 업계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에서도 한걸음 물러나 있다.

이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신사업 추진과 포트폴리오 다각과 동력도 미미하다. 주택 사업 외길을 걸어 온 호반건설은 관련 사업이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2071억 원 중 분양·공사·임대 등 주택 사업 관련 매출은 2조8893억 원으로 90%에 달했다.

비상장 건설사들의 경우 사업 신뢰도와 안정적 자금관리를 위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비상장 건설사는 수주 경쟁력과 안정적인 자금 유치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상장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여건에 따라 무리하게 IPO를 추진할 경우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 국장이 지난 6월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에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동률 기자

여기에 올해 일감몰아주와 공공택지 벌떼입찰 등 부정적인 이슈가 겹쳐 쉽게 IPO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올해 일감몰아주기와 벌떼입찰 문제가 제기돼 상장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떼입찰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기업과 다수의 계열사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하는 행위로, 정부의 제재 대상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8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벌떼입찰을 통해 장남 김대헌 총괄사장(호반건설 지분 54.73%)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호반산업 지분 41.99%)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이에 불복해 지난 10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호반그룹이 인수한 상장사 대한전선이 주목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호반건설에 대한 상장 논의도 축소됐다. 호반산업은 2020년 호반건설 상장 시점을 미룬 뒤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그룹 내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었다.

대한전선은 호반그룹에 편입된 후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선 매출과 영업이익은 인수 초기인 2021년 각각 1조9977억 원, 394억 원에서 지난해 2조4505억 원, 482억 원으로 늘었다. 이어 올해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한 누계 2조88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1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의 이익을 넘어선 상태다.

그룹 내에 상장사가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호반건설의 상장 관련 논의는 멈춰선 상황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장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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