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종합식품기업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 해운물류기업 HMM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27위 하림이 HMM을 인수하게 되면 CJ그룹을 넘어 재계 13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글로벌 해운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합물류기업으로 발을 떼는 하림의 앞날이 주목된다.
지난 18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주식 약 3억9879만 주(전체 주식의 57.9%)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주식매매계약(SPA)을 포함한 본계약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계획이다.
하림은 인수 희망가 6조4000억 원을 제시해 경쟁자 동원그룹 입찰가를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5년 인수한 종합해운기업 팬오션 운영 경험 등 가산점도 받았다. 희망가 중 3조2500억 원 가량을 인수금융 없이 팬오션을 통해 조달하겠단 계획을 세운 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하림이 입찰 시 제시했던 요구 사항은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입찰 과정에서 자금 안정성을 위해 매각 측에 HMM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특혜 논란이 일었다.
하림 자산은 17조 원으로 재계 27위다. HMM은 하림보다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 원에 달한다. 하림이 HMM을 품으면 재계 13위 기업으로 도약한다. 인수 후 자산규모는 42조8000억 원으로 KT(45조9000억 원)와 CJ그룹(40조7000억 원) 사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장남 김준영 NS쇼핑 이사가 HMM 인수를 지휘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김 이사가 하림과 HMM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서 시니어 매니저(수석운용역)로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성과에 따라 오너 2세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와 관련, 하림 관계자는 "성실히 협상해 본계약을 체결하겠다"며 "컨테이너선 전문 HMM과 벌크선 전문 팬오션을 연계해 신뢰 있는 국전선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 HMM 인수에 걱정 어린 시선도 따른다. 세계 해운업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HMM 주력인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도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림이 HMM 경영에 힘을 준다고 해도 세계 해운업이 악화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3분기 HMM 영업이익은 75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97% 감소했다. 상하이 해운거래소에서 국제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기준 1093.52로 올해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지난해 최고치인 5109.6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덴마크 세계 2위 해운기업 머스크 경우 올 3분기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고 6위 일본 ONE은 같은 기간 1.6%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하림 관계자는 "팬오션과 HMM 해운 물류 능력을 합하면 글로벌 해운시장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이 지난 2015년 인수한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선 해운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 중이다. 연간 화물 1억 톤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팬오션은 하림 인수 1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이후 꾸준히 흑자를 달성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약 2700만 TEU(컨테이너 단위)다. 2026년 말에는 인도 수주 증가로 최대 3500만 TEU까지도 확대될 수 있어 컨테이너선 공급은 갈수록 늘 것"이라며 "공급이 늘면 운임료가 줄고 배 가격이 하락한다. 만약 하림이 팬오션 선박을 담보로 금융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면, 해운업 불황과 겹쳐 자금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 겸임교수는 이어 "HMM은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간 기업인 만큼 관심도 역시 크다. 하림이 인수한다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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