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 "고령 창업회장 복귀 자체가 태영건설 어려운 상황 여실히 보여줘"
-다음은 건설업계 소식을 들어 볼까요.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건설업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태영건설이 '소문'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고요?
-네, 건설업계와 증권가 일각에서 지난 13일 "태영건설이 오늘 부도(법인회생)를 신청할 예정"이라는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이어 태영건설 법무팀에서 워크아웃 신청을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추가로 돌았습니다. 소문이 확산되면서 태영건설 주가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급락하기 시작했고, 종가 기준 6.57% 하락 마감했습니다.
-"사실 무근"이라는 태영건설 입장도 나왔는데, 주가는 다음 날도 급락했네요?
-맞습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정관리, 법인회생 관련 지라시는 사실무근"이라며 "워크아웃 이야기도 도는데 그것도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제도라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강력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14일 태영건설 주가는 11.62% 추가 하락했습니다. 태영건설 우선주는 더 많이 빠졌습니다. 13일 5.59% 하락했고, 14일에는 18.50% 급락했습니다.
-왜 이런 소문이 나온 거죠?
-지라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태영건설과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약 2조5000억 원가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액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간담회에서 "부실한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해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한 게 소문의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태영건설은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지난 9월에도 "금융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최근 태영그룹은 구순의 윤세영 창업회장이 태영건설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는데요, 고령의 창업회장 복귀 자체가 태영건설의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태영건설 PF 유동성에 대한 우려와 국회의 태만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워크아웃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국회의 태만으로 지난 10월 16일부터 효력을 상실해, 현재는 위기에 몰린 기업이 기댈 수 있는 수단은 강도가 훨씬높은 법정관리만 남은 상태입니다. 다행히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워크아웃제도를 2026년까지 연장하는 기촉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달 8일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도 통과해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입니다.
-태영건설이 소문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우려가 겹치다보니 주식 시장의 심리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 양종희號 KB금융, 쇄신과 안정 사이 CEO 인사…비은행 강화 나서나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했죠.
-지난 14일 KB금융지주는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인 KB증권(WM부문)·KB손해보험·KB자산운용·KB캐피탈·KB부동산신탁·KB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의 신임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KB증권 WM부문은 이홍구 현 KB증권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 KB손해보험은 구본욱 현 KB손해보험 리스크관리본부 전무, KB자산운용은 김영성 현 KB자산운용 연금&유가증권부문 전무, KB캐피탈은 빈중일 현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본부장, KB부동산신탁은 성채현 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KB저축은행은 서혜자 현 KB금융지주 준법감시인 전무 등이 차기 CEO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추위는 KB증권(IB부문)과 KB국민카드, K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김성현, 이창권, 김종필 현 대표이사를 재선임 후보로 추천했는데요.
대추위는 "고객, 시장,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성과창출,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변화혁신, 조직 화합과 지속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조직관리 능력을 갖춘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대대적인 인사네요. 금융권 반응은 어떤가요?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6개 계열사 대표를 물갈이하며 '안정 속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신임 대표에는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발탁했다는 분석인데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안정을 꾀하고 비은행 계열사에는 대대적 변화를 주겠다는 양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세대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 만큼 KB금융의 비은행 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아직 지주 부회장 자리를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다면서요?
-네. 이번 인사에서 KB금융은 부회장직 유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요. KB금융은 현재 부회장직이 모두 공석입니다. 양 회장이 취임하면서 함께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인·이동철 부회장이 모두 사임했는데요.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대추위에서 지난달 30일 국민은행장 후보로 재추천하면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 지은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이 지주 부회장 자리를 두고 경영 승계과정에서 외부출신 경쟁자를 차별한다는 지적도 있었잖아요.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부회장직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는데요.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부회장 제도가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일보된 제도는 맞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부회장제가 폐쇄적으로 운영돼서 내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KB금융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들이 부회장직 자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회장직 폐지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 KB금융은 "현재로서는 부회장제 유지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양 회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새롭게 합을 맞출 인물들을 등용한 셈인데요. 연말 KB금융지주 임원 인사가 남아있는 만큼 부회장직 여부는 그때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