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위기의 카카오 40대 여성 대표 '깜짝 발탁'…"네이버 의식?"


카카오, 차기 대표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내정
쇄신TF 이끌며 변화 예고...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함께 IT 여성시대 '개막'

카카오는 13일 차기 단독대표 후보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왼쪽)를 내정했다. 앞서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를 발탁해 조직문화 개편과 AI 경쟁력 확보 등에 집중한 만큼, 동년배 두 여성 CEO의 선의의 경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사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매서운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태영건설 주가에도 찬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건설업계와 증권가 일각에서 태영건설의 '부도설' 소문이 돌았기 때문인데요. 태영건설 측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완강히 선을 그엇지만 소문이 확산되며 태영건설 주가는 휘청였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양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대대적인 인사로, 6개 계열사 대표를 물갈이하며 '안정 속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카카오에서는 정신아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습니다. 카카오가 위기 속에 40대 여성 대표를 발탁한 것인데요. IT업계에서 '여성시대'가 개막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카카오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마주해 있는 만큼 정신아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입니다. 먼저 위기 속에 등판한 젊은 대표의 이야기 들어보실까요.

◆ 위기의 순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선택은 '40대 AI 전문가'

-가장 먼저 IT 업계의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김범수 창업자의 등장과 함께 강도 높은 쇄신안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에서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죠? 새롭게 카카오를 이끌 정신아 신임 대표 내정자는 누구인가요?

-카카오는 지난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습니다. 정신아 내정자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1975년 생인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습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인공지능(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했슨데요. 10여 년간 벤처 캐피털(VC) 분야에서 몸 담으며 스타트업의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쌓아왔다는 평가입니다.

-정신아 내정자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카카오 이사회 멤버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에서 사업총괄 대표를 맡게 됐고, 10월부터는 김범수 창업자를 주축으로 구성된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위기 속에 40대 여성 대표를 발탁했군요.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자니 IT업계의 또 다른 대표기업 네이버가 생각나는데요. 네이버 역시 지난 2021년 최수연 대표를 발탁했는데요. 1981년생인 최 대표 역시 4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위기 속에 창업자가 직접 뽑은 인물이라는 점도 겹치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1년 말 차기 대표로 내정돼 2022년 3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대표 선임 당시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지며 조직문화 손질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요. 최 대표는 취임 전부터 '네이버 트랜지션 TF'를 가동하며 직원과의 대화에 나서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2년 간 네이버를 이끌며 북미 최대 소비자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인수했고, 자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도 회사의 위기 속에 40대 여성대표를 발탁했다.

-정신아 내정자 역시 위기 속에 등판한 젊은 대표입니다. 현재 카카오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마주해 있습니다.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법인과 김범수 창업자 등이 '시세조종'을 저질렀다는 혐의와 함께 수사 물망에 올라있는데요. 또한 과거 스타트업 시절과 달리 재계 서열 15위권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이에 걸맞는 지배구조와 인적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본업'인 IT 기술 분야 역시 자체 생성형 AI '코GPT 2.0' 공개가 늦어지는 문제점이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 11일 직원과의 간담회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빠르게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13일 사내공지를 통해 정신아 내정자에게 제대로 힘을 실어줬는데요. 그는 "정신아 내정자는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이끌 리더로 적합하다"며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를 이끌어온 정 내정자는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신아 내정자의 두 어깨에 놓인 짐이 결코 가볍지 않군요. 정 내정자는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내년 3월까지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정신아 내정자는 내년 3월 임기 시작 전까지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세부 과제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정 내정자는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진정한 기회는 위기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죠. 네이버가 적합한 인재를 적기에 배치해 AI 시대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처럼, 카카오 역시 새로운 대표가 몰고 올 변화에 힘입어 '국민기업'으로의 위상을 되찾길 바라봅니다.

☞<하>편에서 계속

js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