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號 KB금융 인사 폭풍전야…계열사 CEO 거취 주목


14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개최
부회장직 존폐 여부 촉각

KB금융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둔 가운데 지난달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안정 속 변화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올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수성한 KB금융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지난달 9년 만에 수장이 바뀌며 양종희 회장 체제로 들어선 가운데 KB금융이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안정 속 변화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튿날인 14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계열사 CEO를 추천한다. 이들 대표의 연임과 교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부 CEO의 교체는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30일 연임하며 계열사 CEO 중 가장 먼저 거취를 확정 지었다. 대추위는 차기 KB국민은행 행장 후보로 이재근 현 행장을 추천하고 "취임 후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 경영 환경에도 경영 성과가 우수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변화·혁신의 역량과 리더십, 경영 전문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재근 행장은 경영기획그룹 대표(전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은행장에 취임했다. 주주총회에서 은행장 선임을 확정하면 향후 1년간 더 은행을 이끌게 된다. 양종희 회장이 비은행장 출신인 만큼 이재근 행장 연임으로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 역시 이번 인사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 모두 올해 초 취임해 내년 말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반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 황수남 KB캐피탈 대표이사,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이사,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등은 거취가 불분명하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30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 현 KB국민은행장을 추천했다. /남용희 기자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KB금융은 통상 계열사 CEO 임기를 기본 2년에 연임 시 1년을 추가하는 2+1 형태로 보장해 왔는데, 이창권 대표는 지난해 취임한 만큼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다만, 올해 들어 부진한 경영 성과가 발목을 잡는다. KB국민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감소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는 경영 성과만 보면 연임에 이견이 없다는 분석이다. 김기환 대표는 2021년 1월 KB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해 2년 임기를 채우고 한 차례 연임했다.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김기환 대표 취임 첫해인 2021년 2861억 원에서 지난해 5815억 원, 올해 3분기 누적 6803억 원까지 늘었다. 김기환 대표가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순이익이 높은 효자 계열사를 만들어 낸 만큼 연임 기회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2+1 임기를 고려해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이 경우 김기환 대표가 지주사 요직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KB증권은 교체가 유력하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는 이달 말로 임기가 마무리된다. 특히 박정림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음에 따라 수장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정림 대표는 지난달 29일 라임·옵티머스 사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3개월의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융사 임원이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3~5년 동안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박정림 대표는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자리와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자리를 자진 사임했다.

다만, 박정림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직무 정지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만큼 복귀 가능성은 남아있다. 서울행정법원은 3개월 직무 정지 효력을 오는 21일까지 일시 정지한다고 지난 5일 판결했다. 이에 따라 박정림 대표는 기존에 행사하던 대표이사 권한을 당분간 이어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성현 대표 단독 체제 가능성도 나오고 있으나 김성현 대표가 이미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직 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KB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후보군 육성 제도이자 핵심 전략 총괄책임자인 부회장직을 통해 관리, 육성, 선정까지 체계적인 승계 과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 역시 부회장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KB금융이 부회장 체제를 없애고 4개 비즈니스그룹(개인고객·자산관리, 글로벌·보험, 디지털·IT, 자본시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임기 초반 회장 중심 체제를 강화하고 부회장에 경영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부회장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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