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여파 보험사까지 미치나…생보사도 ELS변액보험 판매 중단


홍콩 ELS와 연계된 변액보험 상품 판매 중단
생보사 "내년 초까지 H지수 추이 지켜봐야"

최근 홍콩H지수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홍콩 ELS와 연계된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한 생명보험사에도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홍콩H지수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과 연계된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한 생명보험사에도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KB라이프생명의 관련 상품 판매 중단으로 현재 ELS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는 없다. 생보사들은 수년간 판매했던 ELS변액보험 상품의 만기 도래까지 H지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지난 1일 ELS 변액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KB라이프의 상품 판매 중단으로 이를 판매하는 곳은 모두 사라졌다. 하나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각각 지난 7월과 지난 2020년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생보업계가 ELS변액보험을 수년간 경쟁적으로 판매한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국내 주요 생보사를 중심으로 ELS변액보험 판매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ELS변액보험 상품에 대한 구조와 계약·손실 규모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관련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ELS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면서 5대 은행은 일제히 H지수를 포함한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를 일반 투자자에게 권유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H지수는 2016년 몇 개월 사이에 43% 넘게 폭락한 전례가 있는 기초 지수"라며 "그로 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창구에 노후 자금을 맡기러 온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한 건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H지수 파장을 둘러싼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중국 국영기업 50개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판매 당시 1만~1만2000을 기록했으나 지난 8일 기준 5590선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났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중 15조8860억 원 규모가 은행권에서 판매됐다. 은행에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 원이다. 은행의 경우 내년 약 4조 원의 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인들의 투자가 90% 급감을 했고 홍콩이 지금 중국과 거의 합병이 됐기 때문에 주가지수도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판매 잔액 약 16조 원 중 내년에 8조 원 정도 만기가 돌아오는데 4조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상품을 만든 증권사와 은행 등은 본인 돈을 투자한다는 각오로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H지수가 7000~8000선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1월부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H지수는 경기와 할인율의 이중고를 겪으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5000에서 7000 포인트를 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H지수는 연중 최저점에 다가섰는데 무디스가 중국과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 있다"며 "한국자본시장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국내 투자자가 많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LS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면서 5대 은행은 일제히 H지수를 포함한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더팩트 DB

이에 은행권뿐만 아니라 홍콩 ELS와 연계된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한 생명보험사에도 여파가 미칠지에 관심이 모인다.

ELS변액보험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은행을 통해 판매(방카슈랑스)해왔다. ELS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를 사업비에서 차감한 뒤 ELS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증감한다. 증권의 ELS상품과 달리 10년 만기 장기 상품이어서 악재가 자주 터질수록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생보사들은 ELS변액보험이 대체로 만기 시 지수 기준으로 손실 여부를 정하는 노녹인(No Knock-In) 형태로 구성됐기 때문에 만기 도래까지 H지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녹인형 상품은 녹인형과 다르게 약정한 기준 아래로 기수가 떨어져도 손실을 보지 않는다. 만기 때 약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H지수)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고 큰 손실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회사 상품별로 구조가 상이해 상품별로 리스크를 감독당국에서 살펴보는 단계"라며 "일단 만기 시점이 도래하는 내년 초까지 H지수 추이를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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