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심사하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승인 여부를 내년 2월에 결정하기로 한 상황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EU집행위원회(EC)는 지난 6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글을 통해 "2024년 2월 14일 전까지 두 회사에 대한 합병 심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려면 해외 경쟁 당국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EU, 미국, 일본이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앞서 EU는 독과점 우려를 나타냈고,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지난달 3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등이 담긴 시정 조치안을 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12개국 25개 도시에 21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물사업 매각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에 시간 싸움이 될 것"이라며 "매각전이 흥행하며 높은 가격에 매각되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화물 사업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순위 상위권 기업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실제 지난 8월 대한항공이 화물기를 빌려줄 테니 화물 사업에 진출하라며 티웨이항공에 손을 내밀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내부적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조는 합병에 반대하며 화물 사업 매각은 아시아나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지난달 2일 참석 이사 5명 중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매각 안건을 가결했다.
아시아나 노조가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이사회 결정 직후 "화물 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이익을 처분하는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며 "항공사뿐 아니라 조업사 노동자에게도 직접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다만 화물사업부 매각은 '인수합병'이 전제인 만큼 배임이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교수는 "현재 재무구조가 워낙 열악하기에 오히려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방만 경영"이라며 "배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고용 문제를 놓고 고용 승계와 유지 조건으로 화물 사업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시아나 노조 측은 불확실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당장 직원들은 고용 유지 주체가 대한항공인지, 화물사업부 인수 항공사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매각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매수자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매각을 조건으로 EC 등 승인을 받는다면, 매각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제값에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항공 화물 사업 자체가 매력이 없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대한항공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화물 노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7% 감소한 9153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각 조건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C의 심사 중단(Stop the Clock) 해제에 따라 향후 심사 진행 과정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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