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조선과 건설 부문의 수주잔고를 늘리며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 부문에선 공공 공사와 더불어 주택 정비 사업에 힘을 쏟고, LNG 운반선·특수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건설과 조선 부문에서 7조4000억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건설 부문에서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공사,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건설 공사, 수도권 광역급행열차 GTX-A 건설 공사,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조성 공사, 500kV 신가평변환소 토건 공사, 강원 전기공급시설 전력구 공사, 보령신복합1호기 건설 공사, 장호항 정비 사업 등 공공 공사를 중심으로 5조 원 규모의 공사 물량을 확보했다.
정비 사업 분야에서는 대전 삼성동 재개발, 대구 범어동 재개발, 포항 대잠동 행복아파트 재건축, 부산 연산동 재개발과 구서4구역 재건축, 부천 역곡동 재개발, 제주 세기 1차 재건축 등 6000억 원 물량을 수주했다.
조선 부문에서는 최근 5500~9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10척과 방산 등 각종 특수선을 포함해 2조40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HJ중공업의 지난 2021년 말 수주잔고는 1조4000억 원대였으나, 지난해 2조2000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HJ중공업은 다른 중소형 조선사와의 차별화로 친환경 선박과 특수선 부문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LNG 운반선,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클락슨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LNG 운반선의 평균 가격은 2억6500만 달러로 초대형유조선(1억280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2억3400만 달러)보다 비싸다. LNG 운반선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중국 조선업체들과 중소형 조선사들의 수주가 적다.
HJ중공업은 최근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한 뒤 하역할 수 있는 8500TEU(1TEU는 6m 컨테이너 한 개)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개발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HJ중공업은 올해 초 HMM(옛 현대상선)으로부터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사용하면 기존 선박 연료와 비교해 질소산화물(NOx)는 80%, 황산화물(SOx)는 99%까지 줄일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세계 최초로 7500㎥급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을 개발했다. LNG 벙커링선은 항구 접안 없이 해상에서 직접 LNG 연료를 공급하고, 받을 수 있어 향후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선박이다.
특수선 부문에서도 고속상륙정과 신형고속정, 독도함 성능개량사업, JLOTS(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 체계), 해경 3000톤급 경비함 등의 수주에 성공, 6500억 원대의 수주잔고를 획득했다.
지난달에는 해외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공기부양선 사업을 추진하려고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기술력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HJ중공업은 공기부양 고속상륙정을 건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조선사로, 동양 최초로 수륙양용 공기부양선 개발에 성공했다. 공기부양 고속상륙정(LSF)을 한국 해군에 인도한 것을 시작으로, 차기 고속상륙정 LSF-II에 이르기까지 해군이 국내에 발주한 LSF 전량을 수주해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이나 특수선의 경우 고도의 건조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중소형 조선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HJ중공업은 과거 한진중공업 시절부터 축적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중국 조선사들이 값싼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선박과 특수선 부문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를 불문하고 발주처가 원하는 최신예 함정을 수주할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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