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달이 왔습니다. 한낮엔 추위가 다소 주춤하지만 12월 첫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가운 날씨처럼 이번 주 재계에서도 다소 시린 소식이 전해진 바 있죠. 한국이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건데요.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는 일방적이었습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중 165개국이 투표에 참여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19표, 한국 부산 29표, 이탈리아 로마 17표를 나눠가졌습니다. 로마보다 앞섰다고는 해도, 리야드와의 압도적 표차는 상당히 뼈 아픈 대목입니다.
-증권가에서도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린 건데요. 특히,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함께 펀드에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 제재가 내려졌습니다. 박정림 대표는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렸던 CEO로, 충격의 여파는 적잖은 모습입니다.
-물론, 따뜻한 미래를 담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1963년 국제양궁연맹 가입을 기점으로 태동한 한국 양궁이 6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건데요. 양궁은 지난 60년간 세계무대에서 빛나는 성적을 기록하며 우리 국민의 큰 기쁨이 돼왔던 스포츠로,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은 한국 양궁의 국제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경기력 향상을 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 부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재계, 신규 사업 기회 창출
-우선 엑스포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지난 11월 29일 새벽, 국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년 반 동안 정부·기업·국민이 한 마음으로 염원했던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개최가 불발된 것인데요. 프랑스 파리에서 실시한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 결과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습니다. 2차 투표 역전을 노리던 한국의 뼈 때리는 1차 투표 '대패'에 국민들의 충격도 상당했는데요, 재계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아무래도 정부와 발을 맞춰 18개월간 '홍보맨'을 자처했던 재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사우디 리야드보다 1년 늦게 출사표를 던진 만큼, 불리한 출발을 했는데요. 국내 주요 대기업은 180개에 이르는 BIE 회원국을 나눠 맡아 전담했습니다. 삼성 31개국, SK 24개국, 현대 20개국, LG 10개국을 각각 맡았는데요. 재계 총수와 경영진이 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누빈 거리는 지구 197바퀴(790만2415㎞)가 넘습니다.
-특히 엑스포 유치민간위원장에 위촉된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운동 중 입은 부상으로 다리에 깁스까지 한 상황임에도 유치전에 열성적으로 나서는 투혼을 보였는데요. 숨 가쁘게 세계 곳곳을 누빈 만큼 엑스포 유치 불발에도 값진 성과를 얻었다지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열정적으로 세계를 누빈 재계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바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이를 통한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인데요.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 정상과 기업을 만나며 얻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홍보활동을 통해 전통·신재생 에너지 관련 역량에 관심을 갖는 국가가 여럿 나왔는데요. 이와 관련된 공동개발협약이나 양해각서 등이 체결되는 등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 동행을 시작으로 BIE 총회가 열린 지난 11월에는 프랑스 파리까지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특히 5월에는 출장 차 방문한 미국에 22일 동안 머무르며 현지의 주요 기업인을 만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정의선 회장이 '민간 외교관'을 자처한 현대차그룹도 20여 개국의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을 만나며 전기자동차와 차세대 모빌리티 등의 역량을 소개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LG그룹 역시 부산엑스포 홍보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전 세계에 'LG'라는 이름을 각인했고, 부산을 연고로 둔 롯데그룹 역시 미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챙기며 글로벌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경제 단체들도 이와 같은 글로벌 네트워킹 성과를 엑스포 홍보활동의 유산으로 꼽았죠?
-최태원 회장과 함께 엑스포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한상의는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대한상의는 엑스포 유치 노력에 힘입어 소비재,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 등의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많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색됐던 기업들의 글로벌 협력에 다시 한번 불꽃이 붙었다는 평가입니다.
-일각에서는 '리야드에는 없지만, 한국에는 있는 것'으로 K-기업을 꼽았을 정도인데요. 아쉽게도 2030 부산엑스포 개최는 불발됐지만, 우리 기업들이 이번 홍보전을 통해 얻은 유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