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차 브랜드 차량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수입차를 이용하는 소비자층이 대부분이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SUV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단 못지 않은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데다, 넓은 공간 활용성을 기반으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GV80의 쿠페형 버전 'GV80 쿠페'를 선보이며 승부수를 던졌다. 단단하고 묵직한 주행감성과 더불어 스포티함을 더한 디자인과 함께 디스플레이와 cCI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더팩트>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거리를 왕복하며 GV80 쿠페의 상품 경쟁력을 체험해봤다. 시승차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와 제네시스 액세서리 옵션만 제외된 제네시스 GV80 쿠페 가솔린 3.5 터보 풀옵션 모델이다.
기존 GV80과 가장 큰 차이로는 역시 날렵하게 떨어지는 '쿠페 라인'이었다. 뒤로 가면서 루프 라인이 내려가면서 매끈하고 날렵한 모습을 보여줬다. 뒤에서 살펴봤을 때는 마치 엉덩이를 치켜들고 출발선상에 선 달리기 선수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GV80 쿠페 전용 휠도 장착됐는데, 시승 모델은 22인치로 제네시스의 상징인 2줄 라인 외에 추가로 덧살이 붙은 구조로 디자인됐다. 과거 마차의 바퀴살 같은 느낌을 제공해 고풍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했다.
전면은 기존 GV80과 달리 약간 부드러워진 인상을 받았는데, 그릴의 각진 모서리를 둥글게 가다듬었던 것이 반영된 결과다. 전조등에는 사각형 LED가 연속으로 이어진 '멀티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는데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것 같은 효과를 보여줘 고급스러움을 더욱 강조했다.
시승차는 강렬한 붉은색의 '마우나 레드'였는데 도로에 올라서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무엇보다도 제네시스의 품격을 한껏 높이는 내장이 인상적이었다. 시승차는 전용 내장 색상인 옵시디언 블랙과 세비야 레드 투톤이 적용됐는데, 검은색 시트에 붉은색 스티치가 적용돼 강렬한 인상을 줬다. 안전벨트도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벨트를 착용하니 마치 과거 군인 정복에 휘장을 두른 느낌을 받았다.
또 운전석에 앉자마자 계기판(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일체형으로 연결된 광활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평면 디스플레이를 굉장히 얇게 배치해 하이테크 감성을 강조했다.
압도적인 화면으로 'cCI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지니뮤직, 멜론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며 LG전자와 협업해 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티빙 등으로 동영상 스트리밍도 할 수 있다. 영상 스트리밍은 주행 중에는 지원되지 않기에 차박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승차는 뱅앤울룹슨 사운드가 빠졌는데, 만일 포함했다면 '차량 내 극장'도 가능할 것 같았다.
제네시스 특유의 다이얼 형식의 기어노브도 아름다웠다. 크리스탈을 깎아 제작한 것 같은 모양새로 고급감을 더했다. 시트의 넓이가 넓어지면서 콘솔박스가 조금 좁다는 점이 아쉬웠다.
GV80이 사용하는 '현대 M3 플랫폼'을 이용하는만큼, 내부 공간은 여전히 넓었다. 전장 4965㎜, 전폭 1975㎜, 축거 2955㎜로 대형 SUV 크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쿠페형 지붕이라 2열 천장이 낮을 것 같았는데, 막상 앉아보니 큰 무리는 없었다. 키 180㎝까지도 무난히 주먹 반 개 크기의 공간이 남았다.
다만, 쿠페형이다보니 일반 SUV와 비교해 트렁크 공간은 다소 좁았다. GV80 쿠페의 트렁크 용량은 644리터로 현대자동차의 SUV '디 올 뉴 싼타페'의 725리터보다 무려 100리터 가까이 작다. 실제 여의도의 한 주차장에서 현대자동차의 SUV '디 올 뉴 싼타페'가 있어 옆에 주차한 뒤 비교해본 결과, 테일게이트 윗부분이 깎여 공간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열 시트를 접었을 때도 내부 공간이 아주 넓지만은 않았다. 키 175㎝ 기자 본인이 직접 누워본 결과, 머리 공간이 시트 끝 부분에 붕 뜨는 수준이었다. 170㎝ 성인이 완전히 누웠을 때 딱 맞는 사이즈였다. 차박을 하게 된다면 차박용 매트 등 용품을 구비해야 좀 더 편안할 것 같았다.
주행감각은 매우 묵직하면서 고급스러웠다. 운전모드를 컴포트 모드를 놓고 달리자 차량이 부드럽게 전진했다.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적용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전방 노면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최적의 승차감을 적용하도록 제어하는 기능이 들어간 덕분이다.
스포츠모드에 놓자 완전히 다른 차량으로 변신했다.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가사 중 '이때다 싶으면 머리 푸는 여자'라는 구절이 가장 와닿는 순간이었다. 서스펜션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를 때렸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한번 깊게 밟으면 저항감이 있고, 좀 더 세게 밟으면 차가 훅 앞으로 튀어 나갔다. 쿠페형 디자인에 걸맞는 출력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차량이 큰만큼 반응이 굼뜨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핸들링 역시 재빠르게 반응했다.
엔진의 힘이 좋은 만큼 컴포트 모드에선 엔진음을 들을 일이 별로 없었다. 분당엔진회전수(알피엠)를 4000까지 올려야 비로소 우우웅~하면서 소리가 났다. 풍절음 유입은 거의 없었지만, 시속 120㎞를 넘어서는 시점에서는 바람 소리가 차내로 조금씩 유입됐다.
제네시스 GV80 쿠페의 경쟁 수입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LE 쿠페, BMW의 X6, 아우디의 Q8, 포르쉐 카이엔 정도가 거론된다. 이들 차량들 대비해 고급스러움이나 동력성능, 승차감 등 그 어느 하나도 꿀리지 않았다.
GV80 쿠페의 가격은 기본 8255만 원에서 풀옵션은 1억840만 원까지 책정된다. 고급 브랜드의 경우 완전히 풀옵션을 다 넣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도 9000만~1억 원대의 가격은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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