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 상품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불안정한 증시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로 불안감까지 가중되는 가운데 배당 상품이 투자 대피처로 떠오른 모습이다.
이 중 월 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내에 처음 등장한 월 배당 ETF는 매월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1년여 만에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품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 국내 투자자들의 역외 ETF 순매수 상위 10위 상품 중 4종목이 월 배당 ETF로 집계됐다.
월 배당 ETF의 월 배당금 출처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익숙한 배당 원천은 배당주 주식에서 발행되는 배당금, 기업의 잉여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주식 배당금이다.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가 발생하고, 리츠에 투자하면 임대수익을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는 형태도 있다. 마지막으로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옵션프리미엄이 배당금의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매월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발생하는 옵션프리미엄이 안정적인 배당 재원으로 투자자에게 제공된다.
커버드콜의 경우 월 배당 ETF의 가장 인기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역외 ETF 순매수 '톱10'에 이름을 올린 월 배당 ETF 중 3종목이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상품이다. 커버드콜은 주가지수에 투자하면서 해당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구조의 상품으로, 주가와 무관하게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매월 배당을 제공하는 월 배당형 ETF에 최적화된 전략으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도 커버드콜을 활용한 월 배당 ETF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27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는 총 8종으로, 전체 순자산(AUM) 규모는 5600억 원에 달한다. 순자산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TIGER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와 'TIGER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는 커버드콜 월배당 ETF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상장 약 1년 만에 각각 순자산 2000억 원을 넘어섰다.
순자산 1위인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배당 TIGER ETF 시리즈 3종 중 하나다.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를 추종하며 콜옵션을 100% 매도하는 일반적인 커버드콜 ETF와 달리, 매도 비중을 조절해 주가 상승을 따라가는 전략을 추구한다.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에 7%를 더한 배당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자회사 Global X의 대표 상품이자 순자산 10조 원 규모에 달하는 'Global X Nasdaq100 Covered Call(QYLD)'의 한국판으로,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한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 중 처음으로 개인 순매수 규모 10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월 배당형인 두 상품은 높은 분배율로도 주목받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는 10월 분배율 0.99%로 국내 전체 월 배당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는 0.85%로 뒤를 이었다. 2종 모두 안정적인 배당재원을 확보해 연금 투자자뿐 아니라 제2의 월급 및 은퇴 후 생활자금 등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김수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 선임매니저는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할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안정화하고 매월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며 "투자 목적과 기간,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TIGER ETF는 다양한 커버드콜 ETF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는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연말을 앞두고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일반계좌에서 투자할 경우 분배금이 발생할 때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만 연금계좌에서는 인출 시까지 이연되는 게 특징이다. 이에 배당금을 재투자했을 때 일반계좌 대비 복리효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배당 주기가 짧고 배당수익률이 높을수록 과세이연으로 인한 복리와 절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커버드콜 상품을 투자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다만 커버드콜은 주식시장에 대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투자 시 주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입을 추구하는 전략인 만큼 시장이 상승할 때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종료 및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다소 성과가 약했던 배당주에 대한 매력도가 더욱더 높아질 수 있어 인컴투자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가의 상승 대신 안정적으로 프리미엄만큼 꾸준히 쌓아가는 전략으로, 커버드콜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훨씬 효과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