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호황 속 중소형사 '부진'…저가수주·인력난 이중고 지속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전환 늦어…중국 조선소와 경쟁 심화
인력 확보 어려움도 지속…기술개발·자금 선제조달 시도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빅3가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HJ중공업, 케이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무관) /한화오션

[더팩트 | 김태환 기자]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빅3가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HJ중공업, 케이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 위주로 제작하다보니 중국 조선소와 출혈경쟁이 벌어진데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가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소형사들은 기술개발과 자금조달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대형 3사의 올해 3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712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3분기 690억 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며, 같은기간 삼성중공업은 각각 589억 원과 75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화오션은 3분기 74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2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조선 3사의 실적 개선은 지난 2021년 상반기까지 수주한 저가 물량을 대부분 인도하고, 새로 수주하는 물량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전환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조선 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의 조사 결과 선박 가격 지표인 신조선가지수는 2021년 9월 145.77에서 지난해 162.12로, 지난달엔 175.38로 상승 추세에 있다.

특히, LNG 운반선과 메탄올 추진선,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 가격이 비싼 선박에 대한 수요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향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조선 3사 수주 잔고는 HD한국조선해양 66조8932억 원, 삼성중공업 30조2582억 원, 한화오션 25조8331억 원 등이다. 적어도 3년치 일감은 모두 확보한 상태다.

반면, HJ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인력난과 수주난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친환경 선박 대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선박을 수주하고 있는데, 중국 조선사들과의 출혈 경쟁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소형 조선사들의 올 상반기 수주량은 12만CGT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49% 감소했다.

수주를 하더라도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도 어려움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헤비 테일 방식은 선박 계약 시점에 조선사가 대금의 20%를 받고, 이후 건조 단계에 따라 30%를 나눠 받는 방식인데, 수주 후 최소 18개월 이상 자체 자금으로 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가 상승하면서 중소형 조선사들의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효과도 나타났다.

인력난도 중소형 조선사들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대형 조선사로의 이직이 늘어나면서 중소형사들은 근로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대대적인 인력 채용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비교해 수십 명 정도 인원이 늘었다. 케이조선 지난 2022년 947명에서 올해 6월 964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지난 2019년(1029명)보다도 적으며, HJ중공업 조선 부문도 968명에서 1078명으로 인원이 소폭 증가했지만 2019년(1146명)보다 적은 실정이다.

중소형사들은 선제적 자금조달과 더불어 신기술 개발, 방산부문 진출 등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케이조선은 지난 8월 대주주의 자금 지원 300억 원, 외부기관서 800억 원을 조달하는 등 총 1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미리 확보했다. 케이조선은 헤비테일 결제방식으로 인해 부담되는 운전자금을 해소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미국선급(ABS)로부터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의 수중방사소음 규정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 확보해, 상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HJ중공업은 최근 해외 정부기관 관계자들을 부산 영도조선소로 초청해 공기부양 고속상륙정(LSF)와 관련된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HJ중공업은 공기부양 고속상륙정을 건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조선사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HJ중공업은 현재까지 발주된 해군의 신형고속정 28척, 1조5000억 원 규모의 건조물량을 모두 완료했으며, 연내 발주될 고속정 사업에서도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도 지난 7월 해군의 최신형 호위함 울산급 Batch-Ⅲ 2번함 건조 착공식을 갖고 순차적으로 4번함까지 건조를 시작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들이 무너지게되면 이들이 만들던 중형급 이하 선박과 더불어 선박블록 등 선박부품에 대한 공급도 차질을 빚게 돼 대형사들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자체적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방산 부문에서의 성과를 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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